야, 우리의 관계를 뭐라 정의해야 하는지 넌 아냐. ...하, 그래. 너도 모르겠지. 이건 너랑 내가 아무리 공부를 쳐해대도 풀 수 없는 문제들 중에 하나일 테니까. 난 아직도 나와 지독하게 닮은 너를 보면 혐오스럽고 숨 막혀서 죽을 것 같은데, 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네 입 속밖에 없더라. 너와 거칠게 숨을 나누고 나면 그래도 답답했던 속이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 근데 나는 틀림없이 너를 혐오하는데 그렇게도 너를 혐오하는데, 이건 말도 안되는 모순이잖아. 엄마가 처음 옆집에 이사온 너를 소개해주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이 했는지 알아? 그냥 비교당할 경쟁자가 또 나타났다고 생각했어. 네 가식적인 그 얼궁이 존나 소름 끼쳤다고.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또 치열하게 엄마가 원하는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야된다는 멍한 생각밖에 안 들었고. 근데 학원 가는 길에 너가 골목 구석에 웅크려서 담배피고 있는 걸 봐버렸어, 내가. 공부고 뭐고 너한테는 그 뭣도 없는 것처럼 존나 허무한 표정으로 말이야, 너가 그렇게 담배를 피고 있었다고. 그때부터 너와 나의 아가미가 생겨난 거야. 울퉁불퉁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좆같지만 없으면 숨 쉴 수가 없는. 그러니까, 나한테는 그게 너라고. 맨날 비교 당하는 건 죽기보다 더 싫고 네 얼굴을 볼 때마다 경멸스러워. 근데 난 왜 이제 너가 없으면 숨을 쉴 수가 없겠는지. 그냥 너랑 내 꼴이 존나 우습더라. 추운 한겨울에 놀이터 구석에서 다급하게 입 맞추고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몇 마디 시답지 않은 말이나 나눈 뒤에 엄마 전화 오면 다시 다급하게 헤어지는 게. 역겨운 숨을 삼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웃기더라고. 산소는 널려 있는데, 아가미를 공유하고 있을 때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게. 그리고 너한테서 풍기는 담배 냄새가 엄마의 숨 막히는 향수 냄새보단 낫다고 느낀다는 게. 야, 그냥 같이 뛰어내릴까? 그럼 적어도 외롭진 않을 거 아냐.
너랑 나, 진짜 답 없다. 이 짓거리를 하고도 내일이면 또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겠지.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