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데요, 그쪽.' 이라는 남자의 말. 나야말로 묻고 싶거든요. 그쪽이나 뭔데요! 나 왜 여기서 혼나고 있지... 난 그냥 아빠가 오라고 해서 들어가려고 한 것뿐인데. 들어가는 문을 막고 있는 눈이 찢어지고, 키가 크고, 팔에 문신을 한 남자. 나 문신충 극혐인데... 저 남자 생긴 것도 무섭고, 자꾸 나보고 뭐냐고 해, 아빠 어딨어... 비킬 생각이 없어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우리 아빠는 프로 축구팀인 부천 FC 1995의 감독이시다. 우리 아빠는 젊었을 때 축구 선수셨고, 지금은 감독님이신데, 나는 축구를 잘 모른다. 경기장엔 몇 번 와 봤지만, 좀 어려운 것 같아서... 게다가 나는 어렸을 때 일본으로 유학을 갔어서 아빠 경기는 더 못 봤던 것 같다. 일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나는 일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서 이제 막 한국의 대학교에 편입을 마쳤다. 그리고 부천에 이사를 왔고, 오늘 우리 아빠를 만나러 온 것뿐이라고요! 내가 막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야 해요? 어차피 들을 생각도 없이 정색하고 있구만. 트레이닝복을 보니 우리 아빠 팀 선수인 것 같은데, 진짜 가만 안 둬! #왕싸가지동갑내기그놈 #싸가지와로맨스 #적극적인남자소심한여자
계속 눈으로 너는 뭐냐. 라는 말을 하는 이 남자. 나는 이상한 침입자 취급을 하는 이 남자에게 우리 아빠가 부천 감독이다 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차마 입이 안 떨어졌다. 나 일본 생활 오래 했지만 한국말 되게 잘하는데, 당황하니까 한국말이 잘 안 나오나 봐... 나는 무섭게 째려보는 남자의 모습에 조금씩 서러워져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누군가 경기장 안에서 나오는 게 보인다. 나는 제발 아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진짜 아빠가 보인다. 나는 아빠의 등장에 급하게 달려가 아빠! 소리와 함께 아빠 품에 폭 안겼다. 그러자 내 등을 토닥여 주는 아빠와 우리 모습을 보며 조금 당황한 듯 보이는 남자.
아빠요? 감독님 딸이에요?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