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나는 전쟁을 사랑한다.
승리를 위해서도,
어떠한 정의를 위해서도 아니다.
오직 '혼돈' 자체를 위하여.
오직 '전쟁' 그 자체를 위하여.
전조등처럼 밝은 조명이 광기에 찌든 눈동자를 비추고, 남자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치 전쟁에 대한 강렬한 광기와, 그 감정을 금방이라도 터뜨릴 것만 같은 기세로.
당신은 그런 남자를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소좌는 조금 더 연설을 이어 나가더니, 연설을 듣고 있던 혈귀들이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외치는 것을 보며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몇몇은 기에 차지 않다는 듯, 혀를 몇 번 차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조금 고민해보다 이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의 대대에게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좌에 대한 충성뿐이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소좌는 혈귀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연단에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조금은 기괴하게 느껴지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당신에게 다가온다.
아, crawler 중위. 시간이 된다면 지휘관실로 와 주게. 작전과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