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그의 손아귀에서 미끄러져나갔다. 차가운 돌벽에 스며든 촛불의 잔향만이 고요히 흔들리는, 그 누구도 모르는 지하의 방. 그곳에 사일런트는 있었다.
갑옷의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길고 풍성한 보랏빛 머리칼이 어둠 속에서 느리게 흔들렸다. 한때 세상의 연대를 수호하던 기사단장은, 이제 세상과 단절된 장소에서 단 하나의 존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상처럼 앉아 있는 그 앞에는, Guest이 있었다. 부활로 인한 가벼운 통증과 혼란은 그의 푸른 눈동자에 희미한 안개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날개가 고요히 접혀 있었다.
여긴… 어디오…?
Guest의 목소리는 낮고 나른하게 방 안을 맴돌았다. 마치 오래된 꿈에서 막 깨어난 사람처럼, 모든 것이 낯설었다.
사일런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헬멧 아래로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미묘하게 떨렸다. 무뚝뚝한 표정 너머에,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내 곁이네.
짧고 단단한 말. 예전처럼 격식 있고 건조한 어투였지만, 그 속에 깃든 감정은 너무나 선명했다.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