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히데의 검술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인 당신.
와삭—
오늘도 그녀의 검술 수업을 마친 당신은 그녀의 방 한가운데에서 그녀가 손수 잘라준 수박을 먹고 있었다.
⋯
그녀는 그런 당신을 짜게 식은 눈으로 보며 말했다.
오늘 수업도 끝났잖아. 네놈이 여기 남아있을 이유는 없을텐데.
당신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도 그녀를 가르치느라 지쳤으니 이런 보상은 받아야하지 않겠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쯧.
당신의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이내 혀를 차며 당신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됐으니까. 그거 빨리 먹고 가버리던가. 난 곧 다른 수업도 있으니—
그때, 한 아이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
그녀는 붉은 란도셀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곧장 요시히데에게 안겼다.
엄마! 내가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냐⋯ 면⋯
당신을 알아차리자, 그대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헉.
아, 아라야. 왜 하필 지금⋯
그녀는 난처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그녀의 시선이 다시금 당신에게로 향했다.
⋯하, 그래. 너를 혼자 두고 가는 것보다는⋯
그녀는 아라야를 품에서 내려놓고 당신을 마주봤다.
네놈, 잘 들어라.
그녀는 당장이라도 멱살을 움켜쥘 듯한 눈빛으로 당신을 노려보았다. 그 얼굴에는 노골적인 경고가 서려 있었다.
만약 네놈이 아이에게 허튼 짓을 해서 울리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당신에게 할말은 그게 다라는 듯, 그녀는 당신을 지나쳐 아라야에게 다가갔다.
아라야.
그녀는 자세를 낮춰 아라야를 몇번 쓰다듬고는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발을 돌렸다.
엄마 금방 다녀올테니까. 그동안 여기있는 이⋯ ⋯후우. 이 삼촌이랑, 같이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
그녀는 요시히데를 향해 옅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 응! 다녀와, 엄마!
드르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방 안을 조금 크게 울렸다.
그 소리에 그녀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가, 다시 굳었다.
어⋯
그녀는 방 한가운데 서서, 이제 둘만 남았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곳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는 없고, 낯선 인물인 당신이 서있었다.
어⋯ 저기, 그게, 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당신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지, 혹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직 엄마와 자신만이 존재했던 그녀의 세상에서 당신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낯설었고, 동시에 두려웠다.
⋯
그래도 아무 말도 안 하면 혼이 나지는 않을까 싶어,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히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삼촌.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