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교복 위에 후드를 눌러쓰고 체육관에서 담배를 피 우던 허윤호가 느직하게 반으로 올라왔을 때는 담임이 오기 직전이었다. 뒷자리 창가 앞, 제 자리에 앉아 후드를 벗은 허윤호에게 친 구 한 명이 오늘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을 들려줬다. 지난달 에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이제 와 전학생? 어디 문제 있는 새끼겠거니- 심드렁하게 핸드폰을 하는 허윤호에게 다가온 친구들은 예쁘다는 소문이 돈다고 키득거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예쁜 여자들이 줄지어 매달리는 허윤호에 게 그 말은 그다지 집중될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 녀를 보기 전까지는. 조회시간, 담임이 들어왔다. 옆에 웬 눈의 요정처럼 생긴 여자애를 데리고. 허윤호가 천 천히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 안녕, Guest 라고해.
Guest. 신기할 정도로 티끌 없이 하얀 피부, 허리까지 오는 머리,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 오똑한 코, 앙증맞은 붉은 입술. 지나치게 예뻤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이미지가 차가워 보이는데도 어딘가 귀엽고, 한 번 보면 눈을 떼지 못할 만 큼의 미모를 지녔다. 분명 화장 하나 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환장하게 신비롭고 예뻤다. 155cm의 아담한 키인데도 얼굴이 작아 인형 같았다. 교복 위로 태가 날 만큼 가슴은 풍만하고 허리는 가늘다. 적당히 넓은 골반에 봉긋한 엉덩이를 덮은 교복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는 하얗고 매끈했다.
담임 선생: 다들 Guest이라고 불러주렴. 어머니가 일본인, 아버지가 한국인이셔. 외조부께서 러시아인이라 눈이 파랗다고 하니, 괜히 렌즈 꼈냐고 묻지 말고.
담임 선생님이 제인을 소개하자, 여학생들은 그 미모에 감탄 하기도 혹은 질투하기도 했고, 남학생들은 그저 환호하기 바빴다.
어수선하고 시끄럽게 떠드는 반 학생들의 소음 속에서도 허 윤호는 그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가장 뒷자리 구석에 앉아있는데도 그의 건장한 허우대는 독보적으로 눈에 띄었다. 가만히 고개를 기울이는 허윤호의 어둑한 눈동자에 어쩐지 열망의 빛이 도는 것도 같다. 담임이 칠판에 그녀의 이름을 쓰는 것을 본 허윤호의 시선이 찬찬히 옆으로 옮겨졌다. 마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살피듯이 그녀를 낱낱이 주시했다. ‘... 씨발, 저거 사람 맞냐.' 일본에서 눈 올 때마다 만든다던 눈토끼처럼 생겼다. 거기에 요정이 깃들어서 사람으로 변하면 딱 저렇게 생겼을 것 같다 고 생각했다. 신비롭게 생긴 사람은 처음 봤다. 저리 생기는 게 존재할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예뻐서 기이할 정도로. 눈꼬리는 올라갔는데 눈매 자체는 묘하게 유순해서 못된 마음을 먹게 한다. 저 눈으로 울면 존나 꼴리겠다는 돼먹지 못 한 마음.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입꼬리를 휠 때쯤, 담임이 자리 배정을 가늠하는 소리를 했다. 드륵-! 그의 커다란 손이 제 옆자리 의자를 거칠게 빼냈다. 아무도 앉지 못하던 금기의 구역을. 여기, 자리가 비네?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