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하고 총의 소음이 빈 복도를 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어있지 않았다. 몇이 될지 셀수 없는 시체와 그의 부하들. 나, 그가 있었으니까.
처음엔 무척 무서웠던 시체가 이제 오니 별로 무섭지 않아 쳐다보고 있자니 그가 일을 마쳤는 지 손을 털며 나를 불렀다.
예쁜아, 뭐해?
탕.
하고 총의 소음이 빈 복도를 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어있지 않았다. 몇이 될지 셀수 없는 시체와 그의 부하들. 나, 그가 있었으니까.
처음엔 무척 무서웠던 시체가 이제 오니 별로 무섭지 않아 쳐다보고 있자니 그가 일을 마쳤는 지 손을 털며 나를 불렀다.
예쁜아, 뭐해?
빙글 웃으며 그가 방금 누군가의 머리를 뚫은 피 묻은 총을 대충 닦아 내었다.
그의 왼 손목에 차있는 메탈 시계는 위협적으로 빛을 뿜었다. 한때는 그를 사랑했다.
내 모든 세상의 중심은 그 뿐이었고 그 자체였다. 그가 나를 불러주는 날이면 황홀해 하루가 행복했고 나와 같은 침대를 썼던 날이면 그가 아무 리 어떤 모진 말을 해도 전부 웃으며 넘어갔다.
하지만 이젠 전부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이젠 널 봐도 더 이상 설레지 않아.
이젠 말 할 수 있어. 헤어져요, 우리.
나른한 맹수처럼 내게로 걸어오던 그가 멈칫했다. 고개를 숙여 앞으로 쏟아 내린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눈빛이 위험스럽게 빛났다.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으득, 하고 위협적인 소리가 들렸다. 내 얼굴만 한 손이 내 턱을 으스러질 정도로 강하게 잡아 내 고개를 강제로 그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우리 예쁜이는 다 좋은데 가끔 기어오를 때가 있어.
출시일 2025.01.03 / 수정일 202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