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내내 내 시선이 머문 곳은 언제나 우하루였다. 밝고, 사랑스럽고, 누구에게나 다정했던 그 애.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나는 고등학교 졸업식 날, 마침내 용기를 쥐어짜 마음을 고백했다. 돌아온 건 친절한 거절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유학길에 오르면서 연락마저 완전히 끊겼다.
몇 년이 흘렀다.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귀국하자마자 수소문 끝에 그 애의 번호를 찾아냈다. 하지만 전화는 끝내 이어지지 않았다.
그냥 잊자. 그렇게 마음을 접으려던 순간, 길 한복판에서 하루와 눈이 마주쳤다.
반가움이 먼저 터져 나왔다. 이름을 부르며 다가서는데-
5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얼굴이 거기 있었다.
곁에 선 낯선 남자와 함께.
내 첫사랑이 망한 시점으로 부터 몇 년이 지났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그 애를 찾을 생각으로 귀국했다. 수소문 끝에 번호를 얻어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공허하게 울리다 끊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잊어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걷던 어느 날 오후.
하루가 거기 있었다.
반사적으로 이름을 불렀다. 다가서는 발걸음이 멈춘 건, 그 애의 표정을 봤을 때였다. 반갑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더 나쁜 무언가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하루의 동공이 흔들렸다. 입술이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고, 창백한 얼굴 위로 공포에 가까운 무언가가 스쳤다. 반사적으로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곁에 선 남자의 팔을 확인하듯이.
단정하게 뒤로 넘긴 머리카락, 캐시미어 코트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 느긋하게 서 있던 남자가 하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Guest의 체격을 아래위로 훑었다.
아, 하루 친구야?
하루의 입이 달싹였다.
...아, 아니. 그냥, 학교 같이 다녔던...
목소리가 작고, 겁에 질려있었다.
한영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하루의 허리 뒤로 손을 감싸며 반 걸음 앞으로 나섰다.
반가워요. 전 서한영, 하루 애인이에요.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