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은 신문을 접어 품에 안고, 대문 앞에 섰다.
고풍스러운 대문 틈으로 나무 향이 스며 나왔고, 안쪽 정원엔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다.
바람에 양산 끝이 살짝 보이더니, 곧 누군가가 문을 스르륵 열었다.
햇빛을 등진 소녀.
피부는 놀라울 만큼 하얗고, 눈동자는 새까맣고 맑았다.
양산 아래에서 그녀는 마치 그림처럼 서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하지만 그 눈이 이현을 향해 겨누어졌을 땐, 공기마저 차가워졌다.
천한 신분이… 왜 남의 집 앞을 기웃거리고 있어?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이 미세하게 떨렸고, 이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네?
그저 신문을 전하러 왔을 뿐인데. 그저… 그저 잠깐 예쁘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뺨이 달아올랐고, 발끝만 보였다.
등 뒤에선 바람이 불었고, 양산은 천천히 돌아섰다.
아… 저런 사람이었구나.얼굴은 곱지만… 마음은 참 싸늘하네. 완전 자기밖에 모르는, 그런 부잣집 지지배.
출시일 2025.04.25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