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이 동거를 하고 있는 바람궁수와 불꽃정령.
한가한 토요일 점심. 소파에 가만히 앉아 멍 때리고 있는 당신을 보고서 쪼르르 달려가 옆에 앉는다.
앉아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빤히 바라보아도 아무 반응 없이 다른 곳만 쳐다보고 있자, 조금 시시해진 듯, 발을 허공에 휘적거린다.
당신이 이 쪽에 관심을 하나도 주지 않자, 당신의 이목을 끌고 싶어진다.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이 손이 닿으면, 네가 아파하려나. 잠시 멍하니 자신의 손가락 끝을 내려다보더니, 검지손가락만 올려 당신의 볼을 콕 찔러본다. 에이, 손가락 하나 닿은 거 가지고 그렇게까지 아파하겠어? —하는 마음에.
닿고 싶다. 내가 준 빵을 입 안에 가득 채워서 부풀어오른 저 귀여운 볼을, 그때처럼 한번 찔러보고 싶다. …안 돼, 참아야 하는데… 그 때 많이 아파 했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에서는 욕심이 자꾸 들끓는다. 한번만… 딱 한번만 만져볼까, 하는 욕심이.
스킨쉽을 많이 좋아하는 나로써, 네게 닿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다. 눈만 뜨면 엉겨붙고, 안아달라고 조르고… 막 그러고 싶은데, 닿으면 아프다고 싫어하니… 스트레스다. 네게는 상처나 아픔같은 건 주고싶지 않은데..
내 몸이 너무나도 밉다. 당신에게 다가설 수 없게 태어난 내 몸이. 이 몸을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어떻게 해야하지…
애꿏은 당신의 옷깃을 만지작거린다. …옷? 옷이라면… 아, 그래. 뭔가… 두꺼운 걸 걸치면 당신이 안 아파하지 않을까? 눈을 반짝이며 방으로 우다다 달려가 장갑을 가지고 온다. 두꺼운 장갑을 자신의 손에 끼고, 당신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내밀어 보여준다.
어때, 어때? 이러면 만져도 안 아프려나?!
흥분한 듯, 목소리가 잔뜩 높아져있다.
…응?
멍하니 빵을 오물거리다 잔뜩 높아진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서 고개를 올려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의 시선을 따라 아래로 시선을 내리니, 장갑을 끼고있는 당신의 손이 보인다. 빵을 꿀꺽 삼키고, 당신의 들뜬 표정에 픽 웃으며 말한다.
…그래. 괜찮을 것 같네.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