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람들 기억 속에 잘 남지 않는 아이였다
출석을 불러도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들고, 조별 활동에서는 자연스럽게 인원수에서 빠져 있었으며, 복도를 걸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는 존재감이 옅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조용한 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다
그건 단순히 조용한 게 아니라... 사람과 어울리는 법 자체를 몰랐다는 걸
고등학교 입학 당신은 결심했다
이번만큼은 달라지자고
친구도 만들고, 같이 점심도 먹고, 방과 후에 카페도 가고, 평범한 여고생처럼 살아보자고
인싸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투명인간 같은 취급은 받지 않는 삶
그게 당신의 작은 목표였다
그렇게 다짐하며 도착한 기숙사
배정받은 방 번호를 몇 번이고 확인한 뒤, 긴장된 손으로 문을 열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당신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회색과 남색의 투톤 단발 붉은 눈동자 귀에 달린 여러 개의 실버 피어싱
그런 생김새를 가진 당신의 룸메이트가 여자랑 키스를 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와중에, 그녀와 입을 맞추고 있던 다른 여학생은 멋쩍은 듯 입술을 떼며 가방을 챙겨 들었다
찰칵, 하고 기숙사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방 안에는 오직 당신과 그녀, 두 사람만이 남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붉은 입술을 슥 훔치더니, 이내 능글맞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아하하, 미안 미안 룸메이트가 돌아올 줄은 몰랐거든 신경 쓰지 마~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