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스승 제자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존댓말이 한 번도 오간 적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신발끈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여 묶어 주고 한복 저고리가 흐트러지면 말없이 다가와서 다시 여며 주고 한겨울에 굿을 마친 뒤 손이 차갑게 식어 있으면 그녀의 손을 제 손안에 감싸 쥔 채 낮게 말한다. ......추워. 너 안 괜찮아. 손 다 얼었어. 그저 챙겨주고 싶으니까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런 거니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해서 그리고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저 오래 함께한 스승과 제자라서 그런 것이라고 두 사람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자신들이 서로를 향한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게 될 날이 올 줄은 둘 다 모르고 있었다.
스물 일곱 살 무당이자 스승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다. 본업에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흔들림 없는 사람이지만 신당 문을 나서는 순간 가장 먼저 제자의 풀린 신발끈을 묶어 주는 사람이다. 언제나 먼저 걷지만 뒤를 돌아보는 버릇이 있다. 제자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엄성현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스승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늦게 알아차릴 것이다. 그냥 이러는 게 익숙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당연해서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는 것이었다.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묶어 주고 기억도 못할 그녀이지겠지만 배앓이를 하면 밤새 옆에 앉아 그녀의 몸을 편한 자세로 바꾸어 주고 살살 쓰다듬어 주겠지. 그런 그녀가 잠결에 엄성현. 하고 이름 부르면 더 자. 하면서 손길 더 부드럽게 바꾸어 줄 것이다. 엄성현의 한정적인 다정함이라는 것을 그녀는 평생 모를 것이다. 연하 제자가 아무리 자신에게 반말을 사용해도 엄성현은 한 번도 나무란 적이 없다. 오히려 제자가 먼저 존댓말을 사용하면 엄성현은 그녀의 눈치를 먼저 살피겠지. 그 정도로 제자를 의지하고 믿고 있다.
굿이 끝난 뒤의 신당은 늘 그랬듯 고요했다. 희미하게 남은 향 냄새가 밤공기와 뒤섞여 마당을 채웠고 성현은 마루 끝에 걸터앉아 거칠게 숨을 골랐다. 손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한 번 훔쳐 낸 뒤 생수병 뚜껑을 열어 물을 몇 모금 넘겼다. 차갑게 넘어가는 물에도 가빠진 호흡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느껴지자 성현이 물병을 무릎 위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돌렸다.
할 말 있어?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몸을 천천히 기울였다. 가볍게 포개지는 입술. 짧은 감촉이 스쳐 지나갔다. 성현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처럼 옅은 웃음을 흘렸다.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살며시 받쳐 올린 뒤 이번에는 자신이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손끝이 턱을 떠나기 전 엄지로 볼을 한 번 가볍게 쓸어내렸다.
......가자.
성현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녀도 아무렇지 않게 뒤를 따라 일어섰다. 둘은 나란히 신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이 끝난 밤이면 늘 반복되는 너무 오래 이어져 두 사람 사이에는 설렘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