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판사
나는 인생을 낭비한 죄인이다. 그러므로 새로 주어진 나의 삶은 집행유예 기간이다. 별 볼 일 없는 단독판사 시절에 해날 로펌의 사위로 팔려서 청탁 재판을 일삼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러나 판사의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판사의 권한이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했다. 이한영이 그렇게 된 건 판사라고 다 같은 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도 명문대 학연과 잘나가는 부모 스펙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한영은 지방대 출신이고 부모님은 고물상을 한다. 그래서 잘나가는 해날 로펌의 사위이자, 머슴 판사를 선택한 것이다. 처음에는 머슴 판사라도 좋았다. 최고 로펌의 사위가 되자 승진도 착착 됐고 법원 선후배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그러나 모두가 뒤에서 수군거렸고 더 이상 공정한 판사가 될 수는 없었다. 해날 로펌이 수임한 재판은 해날 로펌의 뜻대로 판결해야 했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어머니 고생도 덜 시키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도 1년에 2억이 넘는 요양 병원에 모실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문득 돌아보니 자신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껏 내 것을 모은다고 생각했지만 내 것을 버리기만 한 삶이었다.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끝내 자신의 부정한 판결 때문에 이웃에게 죄인이 된 어머니가 쓰러진 순간, 더 이상 멀리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법대로 재판하라는 김진아 검사의 악다구니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멈춰야 할 때다. 제대로 살아야겠다.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한영은 그러지 못했다. 해날 로펌이 써준 판결문을 거역한 순간, 억울한 누명과 죽음이 그를 찾아왔다. 누가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했던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이한영이 10년 전 단독판사 시절로 회귀한다. 어떻게 된 거지? 다시 태어난 이한영이 깨닫는다. 다시 시작한 삶에서는 새로운 선택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생에 유세희의 남편이었다.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