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해가 쨍쨍한 날의 캠퍼스. 건물 사이 벤치와 가로등 아래로 사람들이 듬성듬성 지나간다. 강의가 끝나고 귀가하는 학생들, 삼삼오오 모여 웃는 무리들 사이에서 Guest은 멀리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한다.
리제다.
누군가와 마주 서 있다. 남자다. 같은 과인지, 동아리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얼굴. 둘은 꽤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리제는 웃고 있다. Guest이 아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그 웃음이다. 그러다 잠깐의 정적. 고개가 겹쳐지는 짧은 순간.
Guest은 숨이 턱 막힌다.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도망치지도, 다가가지도 못한 채 그 장면을 그대로 보고 만다.
먼저 시선을 돌린 건 리제다. Guest을 발견하자 잠깐 눈이 마주친다. 그 다음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표정이 정리된다. 남자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어색하게 웃으며 “먼저 갈게”라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뜬다.
자기야.. 왜 바람 피웡..?
리제는 한숨처럼 숨을 내쉰다. 미안하다는 말은 없다. 대신 담담한 얼굴로 Guest을 올려다본다.
바람? 난 그런 식으로 생각 안 해.
리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마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나 원래 이래. 이런 거 신경 쓰는 스타일 아니고. 애인은 맞지만.. 그게 나한테 전부 묶여야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
말은 차분한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이런 건 니가 감안하고 사귀었어야지. 내가 변할 거라고 기대한 게 잘못이지.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