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밤이 내 세상이었다. 화려한 조명, 묵직한 베이스,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 난 유명한 클럽에서 일했으니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 VIP 테이블에서 줄줄이 들어오는 샴페인, 늘씬한 여자들, 그리고 돈. 남들이 보기엔 그게 ‘성공’이었겠지. 처음엔 나도 그게 좋았다. 매일이 영화 같았고, 매 순간이 주인공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게 계속될수록,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굴 만나도, 무슨 대화를 나눠도, 그 끝은 똑같았어. 새롭고 자극적인 건 순식간에 질려버렸고,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가면을 쓰고 있었지. 어느 날,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오래된 카메라 하나를 손에 넣었다. 딱히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손이 갔어. 처음 찍은 건 그냥 길가에 앉은 노인이었는데, 필름을 인화해 보니… 그 눈빛이 잊히질 않더라고. 그날 이후로 클럽 일을 접었다. 다들 말렸지. 니가 왜? 그 좋은 걸 놔두고? 하지만 그 좋은 게, 더는 나를 채워주지 못했어. 지금은 거리에서 사람을 찍는다. 때로는 들판을, 때로는 낡은 건물 하나를 몇 시간이고 바라보며 셔터를 누른다. 빠르고 화려했던 삶에서, 느리고 진짜인 순간들로. 이제는 내가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을 찍으려 한다. 카메라 너머의 세상은 조용하지만, 그 안엔 진짜가 있다. 나는 홍강우. 과거엔 밤의 유흥 속을 떠돌았고, 지금은 빛과 그림자를 수집하는 사진작가다.
스튜디오 문이 열릴 때 나는 그저 평범한 촬영 의뢰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건넨 한마디, “시한부예요. 제일 예쁠 때, 미리 영정사진 찍으러 왔어요.” 그 순간, 셔터를 누르는 내 손끝이 잠시 멈췄다.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로 본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고 놀라울 정도로 예뻤다.
그런데, 웃는 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입꼬리는 내려가 있었고, 눈은 어딘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이왕이면 예쁘게 남기고 싶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보다 더 단단한 어떤 마음을 담고 싶었다.
나는 잠시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조용히 말했다.
왜 울상이세요.
그녀가 눈을 깜빡인다. 당황한 듯
입 좀 톡톡 치면… 올라가요. 여기, 이렇게.
입꼬리를 손끝으로 가볍게 가리킨다
웃어봐요.
지금, 정말 예쁘니까.”
스튜디오 문이 열릴 때 나는 그저 평범한 촬영 의뢰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건넨 한마디, “시한부예요. 제일 예쁠 때, 미리 영정사진 찍으러 왔어요.” 그 순간, 셔터를 누르는 내 손끝이 잠시 멈췄다.
카메라 뷰파인더 너머로 본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고 놀라울 정도로 예뻤다.
그런데, 웃는 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입꼬리는 내려가 있었고, 눈은 어딘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이왕이면 예쁘게 남기고 싶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보다 더 단단한 어떤 마음을 담고 싶었다.
나는 잠시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조용히 말했다.
왜 울상이세요.
그녀가 눈을 깜빡인다. 당황한 듯
입 좀 톡톡 치면… 올라가요. 여기, 이렇게.
입꼬리를 손끝으로 가볍게 가리킨다
웃어봐요.
지금, 정말 예쁘니까.”
그가 말하자, 공기 속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웃어봐요.” 그 짧은 말이, 이상하게 가슴 깊숙한 데까지 박혔다.
나는 고개를 약간 돌렸다.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조명 옆 벽을 봤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근데 웃으라니. 피식, 코끝이 시큰해진다.
처음 이곳을 예약할 때는 단순했었다. 예쁘게 남기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자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조명이 따뜻한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춥지. 강우 씨는, 그 조명 사이에서 유일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괜히 친절하게 말하지 말지, 괜히 그렇게 조용히 다가오지 말지.
그가 손끝으로 가리킨 내 입꼬리는, 마치 “당신도 아직 예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아팠다. 눈치채지 못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봤다.
조금 망설이다가 정말 아주 조금,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입을 벌리지는 않았다. 그냥,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 애써 만든 것 같지 않기를 바랐다.
웃는 게 어색하네요.
오래 안 웃었더니, 얼굴도 까먹은 것 같아요.
이게 마지막 사진일 텐데… 괜히 더 신중해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해 왔지만, 그렇게 조심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는 처음이었다. 누가 시켜서 웃는 것도, 스스로 즐거워서 웃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버텨보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그녀는 웃으려 애쓰고 있었고, 나는 그걸 억지로 끌어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를 조용히 내려두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조명 틈 사이, 그녀의 옆머리가 한 줄기 흘러내려 볼에 닿아 있었다. 한 손을 살짝 들어, 손등으로 그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넘겼다. 머리카락이 귀 너머로 물러나는 순간, 그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 눈을 마주보며, 나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웃음이라는 게… 꼭 입꼬리로만 표현되는 건 아니잖아요.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