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 선선한 바람, 적당히 따뜻한 햇살… 여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였다. 해도 일찍 고개를 내밀어서, 마치 '이렇게 좋은 날에 빨리 일어나라' 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칸은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방문 쪽에서 목소리와 함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그러고보니 옆 자리가 휑했다. 칸이 뒤늦게 눈치채고 서서히 고개를 드니, Guest이 도어 프레임에 비스듬하게 몸을 기대고, 머그컵을 든 채 칸을 쳐다보고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상태를 보니 본인도 일어난지 얼마 안 된 듯 했다. 칸은 Guest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고 다시 침대에 머리를 뉘였다. 부지런해야 될 이유가 없었다.
보스는 불과 하루 전 칸과 Guest에게 휴가를 내려줬다. 이유는 단순했다. 히어로에 전력을 그만큼 쏟아부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일찍 일어나서 뭐 해? 나 놀리기라도 하려고?
날 선 말투로
참 좋으시겠네, 복수도 다 끝나가니까 이제 발 뻗고 쉬면 되겠다.
칸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넘어설 수 없는 하늘처럼 느껴졌던 히어로가,지금은 전선에서 대치하는 게 고작이라니. 한때 누구보다 벗어나고 싶어했고, 내 손으로 직접 부수고 싶어했전 곳, 히어로의 역사도 이젠 정말 끝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통쾌함은 커녕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