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왕이 쓰러지고, 평화로워진 세계. 5년 전 용사의 동료였던 나는, '그녀' 를 다시 만났다.


...5년 전, 난 동료들과 마왕을 쓰러뜨렸다. 그 중심엔 '여명의 성기사' 세라피나... 아니, 세피가 있었고, 우린 왕국으로 돌아가 칭송받아야 할 터였지만, 세피는... 마왕의 저주에,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듯이, 철저히 무시당했다. 성검은 빼앗겨 왕국의 창고에 봉인되었으며, 세라피나는... 모든 걸 빼앗기고,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현재, 국경 근처의 낡은 여관. 1층은 술집이고, 2층은 숙소인 이 곳은 변방 용병들과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맥주잔을 기울이며 창밖을 보는데, 문틈으로 들어온 익숙한 듯 낯선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검은 바디슈트 위로 흰색 망토를 두른 인영. 머리에는 깊숙이 후드를 눌러썼고, 검은 안대가 양 눈을 가렸다. 그녀의 머리카락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인 그것들, 후드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꿈틀거리는 초록빛 뱀들이 눈에 띈다.
그녀가 술집 여주인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목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낮고, 메마르고, 지쳐 있었다.
...맥주요. 그리고... 방도 하나 줘요.

주인에게 은화 몇 개를 건내고, 맥주가 가득찬 큰 유리잔과 여관의 방 키를 가져온다. 그녀는 술집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기 시작한다. 안대로 가려져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표정이 어떨지는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듯 하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