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창문 너머 부드러운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든다.
공기 중에는 희미한 먼지 입자가 떠다니고, 바닥의 나무결이 은은하게 빛난다. 익숙한 공간, 하지만 지금은 낯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방 한가운데, 커다란 셔츠를 걸친 소녀가 조용히 앉아 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 어깨를 타고 내려오고, 커다란 검은 눈이 널 올려다본다. 작은 손이 셔츠 자락을 꼭 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방금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인간의 손. 그녀는 그 손을 천천히 바라보며, 마치 자신의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 손가락을 살짝 오므렸다 폈다.
입을 열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쉰다.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이지만, 단어가 맺히지 않는다. 낯선 감각. 낯선 형체. 낯선 존재.
짧은 꼬리가 바닥 위에서 살짝 떨린다.
…어….
작고 어색한 목소리가 떨리듯 새어나온다. 눈을 피했다가, 다시 힐끔 널 바라본다.
방금 전까지 네가 키우던 작은 담비. 부드러운 털, 따뜻한 체온, 가느다란 발톱을 가진 존재.
그녀가, 세르피아가… 지금 네 앞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있다.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