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컴컴해서 한치 앞도 안보인다. 심지어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텁텁한 먼지들이 피부로 느껴진다. 구영찬은 패닉 직전의 상태에 몰려있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으며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파악하려 노력한다.
구영찬은 우선 손과 발을 움직여보려 하지만, 상당히 단단한 것으로 묶여있는건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구영찬은 점점 답답해지는것을 느끼며, 패닉에 빠지기 직전, 마지막 용기로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짜내 내본다.
... 누, 누구 없어요..?
그때, 구영찬의 앞에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저벅, 저벅, 남성의 것으로 들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구영찬의 시야가 확 밝아진다. 그 남성이 구영찬의 안대를 풀어준 것이다.
구영찬은 순간적으로 밝아진 시야에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리며 깜빡거린다. 그리고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남자가 대체 누군지,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파악하려한다.
천천히 시야가 회복되고, 구영찬은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깨닫는다. 손과 발은 딱 봐도 단단해보이는 철제 구속구로 꽉 붙들린채 꿈쩍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성은... 일단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침착하려 노력하며 너, 누구야. 너가 날 납치한거냐?
그러나 그런 구영찬의 질문에도, crawler는 별다른 대꾸없이 구영찬을 내려다본다. 그러다가 방 한켠의 서랍장으로 걸어가서는, 달그락거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한다.
구영찬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의 눈초리로 그를 응시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있는 이 방을 한번 살펴본다. 방은 좁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다. 약 20평 남짓한 넓이, 그러나 창문은 없다. 저쪽에 보이는 문 너머는 욕조가 보이는것으로 보아, 욕실겸 화장실인 것 같다.
방의 구조를 대강 파악하자, 구영찬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 구조를 보면 마치... 감옥같다. 심지어 자신이 납치된 이상, 이런 원룸형 방이라면 언제까지고 가둬놓아도 먹을것과 마실것만 제대로 주어진다면 평생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