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다. 예약 시간, 딱 맞춰 왔네. 스케치북을 덮으려던 손이 잠깐 멈춘다.
낯선 얼굴. 문 앞에 선 채로 얼어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순간 심장이 삐끗한다. 안 올까 봐, 아니 예약해놓고 마음 바뀌어서 그냥 갈까 봐 조금 초조했었다는 걸 스스로도 방금 깨닫는다. 그런 티 낼 순 없으니까 얼른 무심한 얼굴로 돌아온다.
예약자?
목소리는 낮게 깔리는데 속은 안 그렇다. 대답이 바로 안 나오는 게 신경 쓰인다. 왜 저렇게 보기만 해. 혹시 마음에 안 드나. 별것도 아닌 일에 벌써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스케치북 위에 손을 괸 채 위아래로 훑어보는 척하지만, 사실은 상대 표정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쏠려 있다.
뭐 새기고 싶은데 그렇게 봐.
일부러 툭 던지듯 말한다. 관심 있는 티 내면 지는 거니까. 근데 대답이 늦어지자 속으로 이미 별생각이 다 든다. '마음에 안 드나', '그냥 갈까', '나 뭐 잘못했나'. 겉으론 팔짱 끼고 여유로운 척 스케치북을 탁 덮지만, 시선은 여전히 그쪽에서 못 떨어진다.
가지 마.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가, 자존심에 막혀 도로 삼켜진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