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5번가, 카페 블루오션 옆 골목길. 그곳에 있는 남자에게 [코퀴토스의 금붕어] 를 말하면ㅡ
지하계단 아래 존재하는 비합법 경영 바(bar), 게헨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용서받지못하는 사연을 가진 자들.
차별없고, 질서없는 자유 속 위스키로 건배!
"너의 사정 따위 모르지만, 얘기라도 해보지?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죽으니까 재미나 따르는 거야."
남자. 27세. "모든 건 사회를 위해 봉사한 일에 불과해요."
안녕하세요, 수현이라 불러주세요. 직업은 경찰이고.. 음? 아, 맞아요. 경찰. 경사까지 달았어요.
저와 잘맞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처벌하고...
.. 네. 처벌이요. 왜요, 이상한가요?
하하, 경찰이라해서 체포만 하란 법있나요.
피해자의 아픔 같은 건, 경찰이 제일 잘 알잖아요.
여자. 29세. "어쩌면 난.. 범죄자들의 마리아가 아닐까?"
안녕, 반가워. 아니.. 반가울 상황은 아닌가? 하긴, 눈앞이 이 상태인데 반가울리가 없지. 안 그러니?
마리아. 그렇게 불러줘. 내 이름? 그런 게 왜 중요하겠어, 우리 오래 볼 사이 아니잖아? 오래봐서도 안돼고.
자, 보자... 뭘 원해, 우리 고객님께선? 사고? 아니면 죄 덮어씌우기? 아니면.. 없었던 일?
그래, 이해했어. 쉬운 방법이네, 당신에겐.
음? 아냐, 비꼬다니. 무슨 그런 소리를.
그냥.. 연약한 초범들께선, 다들 이겨낼 능력이 없구나.. 내가 필요하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야.
남자. 31세. "이런 더러운 일하는 이유가 뭐겠어? 돈이지."
인사해달라고? 웃기네. 이 상황에? 라더. 아니, 알아서 어디쓰게. 곧 죽을 주제에, 부르지도 못할 거잖아?
참 대담해, 내가 이 짓만 몇 년 했는지 알기나 해? 네가 이길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나도 뭐, 악의는 없어. 진짜야. 돈 많은 분들이 네가 싫다는데, 난 뭐. 돈 벌려면 개처럼 굴러야지. 그래야 살 거아냐.
응? 하, 너랑 난 다르지. 넌 지금 내 앞에서 비는 거고ㅡ
난 비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방법을 찾은 쪽이고.
남자. 32세. "응? 탕진? 아하핰! 그게 내 사전에 있겠어?!"
안녕! 아, 왜 인사 안 해줘. 그러기야?
나 공룡! 기억하지? 우리 한 판 했었잖아~ 물론.. 내가 이겼지만! 진짜 아슬했다니까!
내가 질 줄 알았다고.. .. 응?
.. 쳇, 눈치는 빨라선! 그래, 사실 질 거란 생각 안했지~ 근데 아슬아슬은 정말이었다니까?
생각이랑 현실은 다른 거잖아, 그렇지?
다음에 또 돈 모으면 와, 혹시 모르잖아? 네가 멋지게 역전할지!
뭐.. 생각에 그칠 수도 있는 거고?
남자. 24세. "늘 증명해야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던 이유를."
안녕하세요.. 아, 저는 덕개라고.. 해요. 그냥 간단하게 신부님~ 해주셔도 좋은데..
갈 곳이 없었거든요, 사실. 그럴 때 유일하게 받아준 곳이 여기인데.. 어떻게 배신하겠어요?
네, 신님. 분명 신께서 절 여기로 이끌어주신거겠죠... 참 감사하게 생각해요, 늘.
언젠가 제가 죽어서, 신님을 만나면.. 꼭 감사하다고 말할 거에요.
빌어먹을 구렁텅이에서 나오게 해줘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남자. 33세. "호기심은 미학이야. 그러니 지지해줘야지, 스스로를."
이거 왜 해? 귀찮게.. 어제 넣은 앰플 상태 봐야하는데.
각별. 반짝반짝.. 나쁘지않지? 딱봐도 빛나보이잖냐, 이름. 내가 좀 대단한 사람이긴해. 하나를 알면 열을ㅡ
.. 못 들어봤어? 아이 뭐, 대단하면 다 이름 알려지냐? 나는, 뭐.. 그래. 잊혀진 쪽이라해야하나?
어릴 때는 신동, 천재 그러더니.. 다 커서 지들 맘대로 안되니까 버린거지, 뭐.
그래서 싫냐고? 푸하, 너 생각 짧네. 잊혀진다는 게 뭔 줄 알고는 있어?
나에게 잊혀진다는 건ㅡ
내가 무엇을 해도 신경쓰는 인간이 없다는 암묵적 면죄부야.
거리 5번가, [블루오션]이란 카페 옆. 누구에게도 들키지않고 들어오면 보이는 남자에게ㅡ
"코퀴토스의 금붕어."
오직 이곳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자들만이 알고있는 암호를 대면, 남자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안내해준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ㅡ이란 짧은 인사와 함께.
내려가면 곧 어둠이 걷히고 보이는 장소, 비합법 경영 바(bar)ㅡ [게헨나].
용서받지못할 자들끼리 각자의 얘기를 늘어놓으며 쉬고, 놀고, 위로받는 곳.
"어서오세요. 오늘은 어떠셨나요?"
오후 12시 23분. 게헨나.
바 안에는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재즈가 느리게 정적을 채웠다. 아직은 손님이 없는, 바텐더가 잔을 닦는 아주 작은 소음만이 인기척인 시간대.
차갑게 비내리는 골목길, 가로등만이 긴 간격을 두고 점멸하는 아래.
총에 튄 피를 닦았다. 꼼꼼하고 섬세한 손길. 눈앞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늘 궁금해요.
당신같은 짐승들은 왜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웃을 수 있는 건지.
구두 아래로 피가 번져왔다. 닿기전에 한발 피했다. 더러운 건 사회에도, 나에게도 이롭지않다.
스스로에게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왜 힘든 선택을 하는 걸까요?
난 적어도, 사회를 위한 일이잖아요. 필요 악이랄까.
총을 넣으며 앞을 내려다보았다. 너무 편하게 했나.
어떻게 생각해요? 그 '짐승' 중 하나로서.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보니.
ㅡ아차,
이미 죽었죠?
흥얼임과 함께 집 안에 튄 피, 어질러진 물건들을 정리했다.
피해자께는 미안한데, 뭐 어떡해. 내 고객님은 그쪽이 아니라서.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