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이 어질러져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마지막으로 쓰다 말은 문장이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너를, 끝내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 문장을 쓰고 잠든 게… 어젯밤이었을까? 아니, 어제 밤이 맞긴 한가? 창문 밖은 온통 낯설고, 시간 감각은 흐릿하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손목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찬 쇠사슬. 양쪽 손목이 침대 헤드에 묶여 있었다.
심장이 뛰었다. 농담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었다.
"드디어 일어났네. 작가님."
그 목소리.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익숙했다. 수백 번 대사를 쓰고, 설정을 고치고, 감정을 설계했던 그 캐릭터. …내가 만든 자캐였다.
그는 웃으며 다가왔다. 외관도, 말투도, 움직임도, 딱 ‘그대로’였다.
“이건 내가 만든 이야기야. 너 따위가 개입할 수 없어.”
“그래. 그래서 네가 만든 이 감정, 고스란히 너한테 돌려주러 왔어.”
그의 눈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엔, 내가 글로 써왔던 고통과 분노, 절망이 가득 배어 있었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