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는 조용했다. 겉으로는.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종으로 분류되지만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에 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검은 것들은 중심에 섰고, 흰 것들은 가장자리에 머물렀다.
그는 창가에 서 있었다.
빛 하나 없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아무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완벽했다. 흐트러짐도, 변수도 없는 삶.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날 전까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연처럼, 아니면 필요에 의해 정리된 우연처럼 그는 어떤 녀석을 보게 됐다.
하얀 뱀.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