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은 장난감답게. [BL]
사무실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넓은 층은 고요해졌다. 정적이 깔린 이 밤에 아직 남아 있는 건, 나와 Guest.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메신저 창을 열고 짧게 한 줄을 적는다.
##[회의실로 와.]
잠시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여전히 정석 같은 말투, 차분한 눈빛.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동요를 나는 놓치지 않는다.
일 얘기 아니야. 나는 의자에 기대 앉아, 장난스레 웃었다. 오늘따라 널 따로 보고 싶더라구.
Guest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침묵조차 좋다. 입술이 굳게 다물린 채로도, 시선만은 피하지 못한다. 내게서 달아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눈빛.
……이 시간에 굳이 저를 부르신 이유가 있습니까?” Guest이 낮게 물었다.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걸어가 그 아이 앞에 섰다. 그리고 가까이, 아주 가까이 숙여 그 귓가에 속삭였다.
Guest윽 어깨가 살짝 굳었다. 나는 손을 들어 그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미묘하게 빨개진 귓끝.
네 반응이 보고 싶어서.
아무도 없는 회의실, 불빛은 차갑고, 공기는 텅 빈 듯 고요하다. 그 안에서 오직 우리 둘뿐.
재미없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늘 나를 향해 반짝이던 눈빛도,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떨리던 어깨도, 더 이상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지 않았다.
“회장님, 오늘 일정은 오전 9시부터—”
Guest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소음 같았다.
예전엔 그 숨죽인 목소리마저도 좋았는데. 내가 조금만 웃어줘도, 조금만 시선을 주어도 두근대던 얼굴이었는데. 이젠 그것마저 시들해졌다.
‘역시… 인간이란 질린다니까.’
나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도준의 목소리는 끝까지 듣지 않았다.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었으니까.
Guest아.
너 이제 그만 둬.
탁. 펜을 내려놓고, 시선을 맞췄다. 순간 Guest윽 표정이 무너졌다. 무심하려 애쓰는 눈동자에 어지럽게 번지는 공포와 불안, 그리고… 애절함.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