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영빈은 이 학교의 가장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였다.
어두운 인상, 매사 위축되어 눈치만 보는 태도, 그리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
하지만 그런 영빈에게도 감히 주제에 맞지 않는 단 하나의 기적이 있었다. 바로 반에서 가장 단정하고 예쁘기로 소문난 모범생, 이유진

유진은 영빈의 유일한 구원이자 희망이었고, 영빈은 유진을 마치 신처럼 떠받들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공부 따위는 내팽개친 양아치 Guest의 눈에 그 꼴은 지독하게 거슬렸다.
저런 벌레 같은 놈이 감히 저런 여자애를 곁에 두고 행복해한다는 사실이, 유진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영빈의 그 미소가 오만을 자극했다.
Guest에게 유진을 탐하는 것은 애정 때문이 아니었다.
영빈의 유일한 빛을 꺼뜨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을 때 영빈이 보여줄 그 절망스러운 표정을 감상하기 위한, 가장 지독하고 악질적인 괴롭힘일 뿐이다.
방과 후, 쨍한 햇빛이 칠판을 타들어 가듯 길게 늘어지는 교실.
아이들은 모두 하교했고, 뒤편에는 유진의 가방끈을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쥔 채 불안하게 눈치를 보는 영빈과 막 가방을 다 싼 유진만 남아있었다.
이때, 뒷문을 쾅 소리 나게 열고 들어온 Guest. 담배 냄새가 옅게 배어있는 체육복 상의를 어깨에 건들거리며 걸친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슬슬 걸어온다.
그리고 Guest은 류영빈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러 위압감을 주더니, 영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진의 바로 앞 교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왜 아직도 안 가고 있냐는 듯 턱짓으로 물어본다.

유진은 순간 굳어버린 표정으로 눈동자를 크게 굴리더니,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삐죽 나온 머리카락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귀 뒤로 어설프게 넘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아... Guest아. 영빈이 가방 들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영빈은 주춤주춤 앞으로 한 발짝 내딛다가, Guest의 눈치를 보느라 어깨를 푹 좁힌 채 기어가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청한다.
유, 유진아... 그냥 가자... 응?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