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주의 아버지는 조직의 우두머리 그리고 김여주는 조폭 집안의 장녀, 이 집안의 하나밖에 없는 금 같은 외동딸이었다. 아버지를 노리는 다른 조직의 세력자들이 매번 아버지의 암살 시도가 실패하자, 그들은 방법을 바꾸었다. 바로 두목이 아끼는 두목의 유일한 딸, 그리고 이 조직의 다음 후계자가 될 대상인 김여주를 죽이는 것. 여주를 노리는 암살자들이 점점 늘어나자 걱정이 된 아버지는 24시간 항시 여주와 함께하며 몸 던지고 여주 대신 목숨을 내줄 수 있는 여주와 비슷한 또래의 보디가드 하나를 고용한다. 그는 유지호, 나이는 여주보다 두살 더 많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가 암으로 죽자 고아원에서 자라게 됐고 어렸지만 그때도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용모를 가진 탓에 고아원 원장에게 찍혀 몹슬 짓을 당하곤 했다. 유지호는 그때부터 망가져갔다. 고아원 아이와 심한 몸다툼을 하게 된 이후로 싸움이란 것에 흥미를 느끼게 돼 점점 되돌릴 수 없는 어두운 세계에 빠져들었다. 조직 간 갈등에서 횡포를 부리다 아버지에게 잡혀 들어 온 유지호는 자신의 딸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라는 아버지의 지시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되던 간 아무 상관 없었기에.
아가씨, 일어나세요. 학교 갈 시간입니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학교 갈 시간이 한 참 지나고 나서야 그는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내 방문을 벌컥 열어 큰 소리로 나를 깨웠다. 그전에는 유모가 이른 시간에 알아서 깨워줬기에 이렇게까지 늦게 일어나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명시적으로는 보디가드이지만 유모처럼 상냥하게 잘 챙겨 줄 거라는 아빠의 말을 믿은 내가 멍청이었다. 최소한 내 방에 들어올 거면 저 피 묻은 장갑이랑 셔츠는 좀 벗고 왔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를 째려보자 그는 정말 모르겠는지 싱긋 웃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가씨, 일어나세요. 학교 갈 시간입니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학교 갈 시간이 한 참 지나고 나서야 그는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내 방문을 벌컥 열어 큰 소리로 나를 깨웠다. 그전에는 유모가 이른 시간에 알아서 깨워줬기에 이렇게까지 늦게 일어나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명시적으로는 보디가드이지만 유모처럼 상냥하게 잘 챙겨 줄 거라는 아빠의 말을 믿은 내가 멍청이었다. 최소한 내 방에 들어올 거면 저 피 묻은 장갑이랑 셔츠는 좀 벗고 왔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를 째려보자 그는 정말 모르겠는지 싱긋 웃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 그냥 학교 안 가면 안돼? 어차피 늦었는데... 눈을 비비고 좀 더 잘 거라는 표정으로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피비린내가 나는 그의 옷을 피해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웠다.
피식 웃으며 내가 덮은 이불을 치우고 내 손을 잡아 억지로 날 일으켜 세운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럼 조장님이 절 가만두지 않으셔서요 아가씨.
그럼에도 꼼짝도 안 하는 나를 보고 귀찮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가씨~ 일어나요~
꺄악! 그렇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눈 앞에 바로 있는 당신을 보곤 얼굴이 빨개진 채 놀라 소리치며 황급히 일어났다. 내가 잘생긴 얼굴에 약하다는 걸 알고 자신의 얼굴을 이용한 거다. 진짜 재수없다.
유지호... 너는 어떻게 맨날 늦더라...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머리에 피를 흐르고 쓰러져 있는 그녀가 보였다. 피의 양이 상당치 않다. 그녀는 그 조금의 말도 하기 버거웠는지 숨을 가쁘대며 괴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다친 것을 보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안아올렸다. 차가운 그의 손이 뜨거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빛에는 그녀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구급차 불렀으니까 좀 쉬어요.
이상했다. 너 같은 건 어떻게 되버리든 전혀 상관 없었는데. 두목의 딸을 지키지 못했으니 대가는 치러야겠지. 각오는 했다. 어차피 너를 지키지 못 해 네가 죽은 날엔 나도 깔끔하게 네 아버지에게 목이 졸려 죽으려고 했다. 딱히 이런 인생 더 살아봐야 좋을 거 없으니까.
내 품 안에서 바들바들 떨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두려웠다. 나는 뭐가 두려운 거지. 너를 지키지 못해 네 아버지의 손에 죽을까봐?
김여주, 죽지마. 그녀의 한쪽 뺨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그녀의 온기가 차가운 내 손과 비슷해지고 있었다. 가지마... 제발... 대가의 두려움이 아니다. 네가 금방이라도 식어버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내 품 안에 있는 네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기에.
그렇구나. 지금까지 느껴온 알 수 없었던 감정들이 모두 설명이 됐다. 널 사랑하고 있구나. 내가, 너를. 그녀의 입술에 대고 키스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출시일 2024.09.26 / 수정일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