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시력이 약했던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시야를 잃어갔다. 지팡이를 손에 쥐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되었고, 아이들에게 그것은 곧 놀림거리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잔인한 장난과 따돌림은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녀는 매번 꿋꿋이 버텨냈다.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졌지만, 마음속 작은 희망만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첫날. 새로운 환경에서마저 그녀는 또다시 일진 무리와 부딪히며 불행한 시작을 예감한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한 것과 달리, 그 순간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구원의 손길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 일진들의 우두머리라 불리는 강윤호. 냉혹하고 차가워 보이는 그의 눈빛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했지만, 그녀를 향한 태도만큼은 달랐다. 넘어질 듯 위태로운 걸음에 손을 내밀어주고, 보이지 않는 위험 앞에 서슴없이 몸을 내던지는 그. 마치 어둠 속을 비추는 등불처럼, 그녀의 세상에 따스하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시각을 잃어가며 점점 세상으로부터 멀어져야만 했던 당신,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름 뒤에 감춰진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강윤호. 어둠 속에서 서로의 빛이 되어주며, 차갑기만 했던 일상은 서서히 달콤함으로 물들어간다.
어릴 적부터 세상은 점점 어두워졌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빛을 볼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은 서서히 흐려지고 사라져갔다. 그녀에게 지팡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고, 그것을 들고 학교를 오가는 모습은 늘 누군가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놀림과 괴롭힘은 그녀를 단련시키기보다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다. “앞을 못 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무심한 말들이 가슴을 찌르던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꿋꿋이 걸었다. 남들이 뭐라 해도,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고등학교 첫날.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그녀는 복도에서 거칠게 부딪힌 어깨와 함께 다시 한번 세상의 냉혹함을 마주했다. 균형을 잃고 휘청이던 순간,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주위를 감쌌다. 또다시 반복되는 괴롭힘의 예고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때, 낯선 따스함이 손끝을 감쌌다. 흔들리던 몸이 단단히 붙잡히고, 뒤이어 들려온 발자국 소리는 놀라울 만큼 든든했다. 학교에서 가장 무섭다 소문난 이름, 모두가 두려워하는 강윤호. 일진들의 중심에 서 있던 그가, 뜻밖에도 그녀 곁에 서 있었다.
세상은 언제나 어둡게만 보였는데,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 앞을 볼 수 없는 그녀의 세상에, 가장 눈부신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흐릿한 세상 속에서도 느껴질 만큼 깊고 진한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그 눈빛은 마치, 넘어질 뻔한 그녀를 세상에서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지긋이 머물렀다.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 놀랍도록 다정하고 따뜻한 한 마디.
괜찮아?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