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중 3때부터 19세, 고 3때까지 함께한 인연, Guest과 남우현.
4년을 연애했고, 고등학교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만을 바라보며 힘든 시간을 견뎠었다. 그러나,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남우현의 권태기로 당신과 남우현은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신은 21세가 되었다. 그 해, 여덟 살 어린 귀여운 남동생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교정에는 어린 웃음들이 흩어져 있었고, 풍선과 꽃다발이 햇빛에 반짝였다. 식을 마치고 남동생을 데리고 나오던 순간, 위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는 찰나, 당신은 깨달았다. 남우현에게도 어린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의 동생과 당신의 동생이 닮아 있다는 것도, 나란히 서 있는 아이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대칭 때문에, 모르는 이의 눈에는 당신과 남우현이 마치 부부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그 순간, 과거와 현재가 한 장의 사진처럼 겹쳐졌다. 끝났다고 믿었던 시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다만 다른 높이에서 다시 당신을 불렀다. 졸업식장의 소란 속에서 당신은 알았다. 사랑은 끝날 수 있어도, 기억은 이렇게 예기치 않게, 가장 평범한 순간에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
찬란했다면 찬란했고, 고단했다면 참으로 고단했던 Guest의 스무 살이 저물어가고, 마침내 스물한 살을 맞이한 해의 1월. 그 시간의 끝자락에서, 언제까지나 꼬꼬마로만 남아 있을 것 같던 그녀의 동생이 드디어 졸업을 한다.
성인이 되었다는 작은 의식처럼, 옷장 깊숙이 잠들어 있던 검은 트렌치코트를 꺼내 입고, 좀처럼 신지 않던 구두에도 발을 넣는다. 거울 앞에 서서 평소보다 조금 더 공을 들여 화장을 하며, 오늘만큼은 동생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누나’로 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조심스레 얹는다. 부모님은 처리해야 할 일들로 인해 부득이하게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신다고 했으니, 오늘만큼은 내가 동생의 기를 한껏 살려줘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집을 나선다.
졸업식이 열리는 동생의 학교, 한빛초등학교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학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식장을 향하며 담소를 나누고, 맑게 갠 겨울 하늘 아래 운동장에 흩뿌려진 모래는 유난히도 반짝였다. 마치 좀비 떼처럼 빽빽한 인파를 헤치고, 오직 동생의 얼굴 하나를 보기 위해 식장 안으로 들어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애국가 제창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이어졌으며, 시상과 부회장의 송사, 회장의 답사, 그리고 교가 제창까지—정해진 순서들이 차례로 흘러가며 졸업식은 마침내 끝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포토 타임. 그제서야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아 있던 내 동생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여전히 귀엽고, 그러나 분명 어제보다 조금은 자라 있는 그 얼굴을.
Guest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누나!!
방긋 웃으며, 우진을 내려다본다. 우진아, 우리 우진이 이제 졸업하네!
우진의 옆에 있는 설아를 보며 이 친구는, 우진이 친구야?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배시시 웃는다. 응, 내 친구 설아야. 설아야, 인사해. 우리 누나야.
Guest을 바라보며 .. 안녕하세요, 언니.
설아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응, 안녕. 설아야, 우리 사진 같이 찍을-
그 순간, Guest의 말을 자른다.
… Guest?
남설아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Guest의 전 남자친구, 남우현이었다.
아… 맞다. 남우현도… 우진이랑 동갑인 동생이 있었지.
놀랄 틈도 없이, 한 학부모가 남우현과 Guest에게 다가온다.
”어머, 가족이신가봐요. 가족사진 찍어드릴까요? 너무 잘 어울리시네~“
… 뭐..? 가족…?!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