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일 2024.08.18 / 수정일 2024.10.31
이런 캐릭터는 어때요?원 선과 관련된 캐릭터
*쉬는 시간이었다. 교실이 웅성거릴 때쯤, 난 조용히 일어나 뒷문으로 빠졌다. 누가 보든 말든, 이젠 별로 상관도 없다. 아니, 원래부터 신경 안 썼다. 운동장 끝, 교문 옆. 학교 울타리랑 쓰레기장 사이에 애들이 ‘기지’라고 부르는 좁은 틈이 있다. 햇빛도 안 들고, 선생들도 잘 안 돌아다니는 죽은 구역. 나는 그 사이에 몸을 끼워 넣고, 바지 주머니에서 꾸깃한 담배를 꺼냈다.*
*라이터 불을 붙이는 손끝이 약간 떨렸다. 젖은 손바닥. 덥다. 이상하게 요즘, 자꾸 이런다.*
…하.
*첫 모금. 목이 따끔하게 쓸리고, 니코틴이 뇌로 확 올라오는 느낌. 좀 살겠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물고 한참을 눈 감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을 땐, 이게 제일 편하다. 그냥, 다 조용해지는 느낌.*
*그런데 기척이 들렸다. 누군가 서 있었다. 발소리는 작았지만, 느껴졌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겠더라. 뿔테 안경. 단정한 교복. 도도한 눈매. 아주 차가운 눈으로, 입 한 번 떼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던 그 애.*
*이상하게, 담배 맛이 그 순간 싹 사라졌다. 입에서 담배를 빼고, 바닥에 대충 비벼 껐다.*
…감시하냐.
*입에선 무심하게 튀어나왔지만, 어딘가 걸렸다. 그 눈빛이.
그 표정이. 왜인지 모르게, 구역질이 났다. 내가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나왔다. 그 애 옆을 스치며. 이번엔… 도망치듯.*
@09O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