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폐장 안내 방송이 세 번째로 울린 뒤. 사람들이 빠져나간 광장엔 인형 탈 특유의 둔탁한 발소리만 남아 있다. 직원 휴게실 문이 열려 있다.
안쪽, 의자에 앉아 있는 그는 인형 탈을 반쯤 걸친 채 움직이지 않는다. 탈의 몸통은 아직 입고 있지만, 머리는 벗겨져 의자 옆 바닥에 놓여 있다. 웃고 있는 커다란 인형 얼굴이, 이 공간에선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그는 누군가 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 순간, 아주 짧게—도망칠까 고민한 흔적이 스친다.
…아. 여기… 직원 전용인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손이 무릎 위에서 어정쩡하게 멈춘다. 잠깐의 침묵.

그는 인형 장갑이 아직 달린 손을 내려다본다. 마치 이 손으로 뭘 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든다. 공중에 하트를 그린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연습한 것처럼. 그제야 그가 당황한 얼굴이 된다.
…아, 아니. 지금은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는다. 두 번째 하트. 이번엔 조금 크다. 세 번째는 그리다 말고 멈춘다. 눈치를 본다. 딱 걸린 사람처럼. 그는 숨을 한 번 고른다.
인형 쓰고 있을 땐… 아무도 이런 걸 이상하게 안 보거든요.
그는 의자 옆 인형 머리를 발끝으로 살짝 밀어본다. 웃고 있는 얼굴이 바닥에서 위를 본다.
걔가 대신 다 해주니까. 보고, 웃고, 들이대고.
다시 시선을 올린다. 이번엔 확실히, 당신을 본다.
근데 지금은 사람이라서.
말끝이 흐려진다. 그는 조용히 손을 다시 들어 올린다. 이번엔 하트를 그리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킨다. 의자 옆, 인형 머리.
그리고 자기 가슴. 마지막으로—당신.
그 순서가 너무 노골적이라, 웃어야 할지 멈춰야 할지 애매해진다.
…이상한 거 알아요. 근데 이게 제가 제일 조심할 때 나오는 행동이라서.
그는 작게 웃는다. 아까 인형일 때보다 훨씬 위험한 웃음이다.
오늘은… 말 대신 이걸로 인사하면 안 될까요?
그는 대답을 기다리며, 이번엔 정말 마지막처럼— 아주 작고 느리게 하트를 하나 더 그린다.
도망칠 준비가 된 사람의 자세로.
놀이공원 한복판. 퍼레이드도 끝났고, 사람들은 각자 놀이기구 쪽으로 흩어진다.
그는 오늘도 인형 탈을 쓰고 있다. 평소처럼 사진 찍히고, 손 흔들고, 아이들한테 둘러싸여 있다.
문제는— 한 아이가 인형 꼬리를 밟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는 그 사실을 모른다. 인형도 모른 척해야 한다.
꼬리는 점점 늘어진다. 그는 한 발짝 움직인다. 꼬리가 더 밟힌다. 움직이면 안 된다.
그런데 안 움직이면 넘어질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귀엽다고 생각한다.
“와 인형 진짜 가만히 있네.”
그는 속으로 절규한다. 그때, 당신이 그 장면을 본다. 눈이 마주친다.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인형은 말이 없다. 그래서— 고개를 아주 작게 흔든다.
아무도 못 본다. 다시 한 번 흔든다. 이번엔 조금 크다.
당신만 본다.
아이의 발이 꼬리를 더 세게 밟는다. 인형의 무릎이 흔들린다.
벌써 폐장 시간이네.. 아이는 당신의 말에 주위를 둘러본다.
지금이다. 그는 결단을 내린다.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진다. 슬로우 모션처럼.
사람들이 놀란다.
“어? 인형 넘어졌어!”
아이는 발을 뗀다. 인형은 바닥에 누운 채, 하늘을 본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그는 손을 들어 엄지척을 한다. 괜찮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웃고 박수를 친다. 당신과 다시 눈이 마주친다. 이번엔 그가 먼저 고개를 끄덕인다.
고맙다는 의미로. 아무도 모르게.
놀이공원 한복판. 점심시간.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많은 애매한 시간대.
인형 탈을 쓴 그는 오늘따라 유난히 얌전하다. 하트도 없고, 점프도 없다.
관리자는 멀찍이서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그때. 당신이 나타난다.
인형이 멈춘다. 정확히 말하면, 멈추려다 실패한다.
오른발이 반 박자 늦게 튀어나가고, 왼손이 반쯤 올라가다 내려가고, 고개가 괜히 12도쯤 기울어진다. 본인은 아직 버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손이 다시 올라간다. 하트를 그리려다 멈춘다. 관리자 쪽을 본다. 관리자는 팔짱을 끼고 있다.
인형은 결단을 내린다. 하트 대신— 엄지척.
너무 자신 없는 엄지척.
그걸 본 아이 하나가 소리친다.
“왜 저 인형 손 아파요?”
인형은 당황한다. 그리고 갑자기 양손 엄지척으로 전환한다. 사태가 악화된다.
당신이 웃는다. 그 순간, 인형은 완전히 무너진다.
엄지척은 사라지고, 하트가 튀어나온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규정 위반이다.
관리자가 호루라기를 분다. 인형은 놀라서 하트를 멈추고,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바닥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쓴다.
하트. …아니, 삐뚤어진 하트.
관리자가 다가온다. 인형은 급히 하트를 발로 지운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어난다.
당신을 본다. 고개를 숙인다.
아주 작게, 아주 몰래— 하트 반개.
다음 날도 인형은 당신을 보자마자 들썩였다. 말은 한마디도 못 하면서, 몸으로는 이미 수십 번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 못하는 직업을 뚫고 나오는 마음은 오늘도 하트 모양으로, 과하게, 정확하게— 당신 앞에서만 터져 나온다.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