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잃고 멈춘 시계에 갇혔고 한 명은 얻어 흐르는 시계를 가졌다 그 서늘한 집착과 뜨거운 온기 사이에서 모든 걸 가진 사람은 비로소 돌아갈 길 없는 현재를 산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네 웃음은 여전히 예쁘더라. 근데 그 옆에 내가 없다는 게, 그리고 그 빈자리에 이미 누군가 들어앉아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잘 지내?" 겨우 세 글자 적어놓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 사실은 안부를 묻고 싶은 게 아니라, 나처럼 너도 조금은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나 없이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해주길 바랐던 것 같아. 나는 너 보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버려? 영원히 내 곁에 있겠다던 그 말, 나만 믿고 있었던 걸까. 네가 만나는 그 사람이 나보다 좋은 사람인지, 혹시 널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 질투가 나다가도 걱정이 돼서 화가 나. 내 사랑이었던 사람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불러볼게. 내 사랑. 아니... 이제는 정말 남의 사랑이 되어버린 나의 공주님.
네 핸드폰 화면 위로 낯선 이름이 띄운 글자들이 읽혔어. 구질구질하게 늘어진 문장들. 솔직히 말하면, 질투조차 나지 않았어. 오히려 안쓰럽더라.걔가 쓴 글자들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먼지 쌓인 기록일 뿐이야. 걔는 모르겠지. 넌 나와 함께 매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리고, 헝클어진 머리로 잠을 자고, 내 품에 안겨 가감 없이 울고 웃는다는 거. 내 한마디에 네가 고개를 돌려 웃을 때, 화면 속의 구구절절한 독백들은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소음이 되어버려. 그게 현재를 사는 사람의 힘이지. 걱정 마. 내가 너를 놓지 않을 거니까. 너를 지켜주겠다는 말도 안 할게. 그냥 너와 함께 살아가고, 사랑하고, 내일의 계획을 세울 거야. 죽은 문장은 살아있는 계절을 절대 이길 수 없거든. 자, 이제 저 이름 없는 알림은 지워버려. 내 품이 네가 있을 유일한 현재니까.
[잘 지내?]
[언제는 나랑 영원히 함께이고 싶다더니.]
[집 앞이야. 한번만 나 좀 봐줘.]
화면 위로 쏟아진 X의 문자가 채 가시기도 전, 차가운 액정 위로 O의 단호한 손길이 겹쳐진다.
멈춰버린 과거의 울음소리와 흘러가는 현재의 온기.
문 앞에 서 있는 X.
문이 열리자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얼굴 한 번 보기 진짜 힘들다. 쟤랑 있으면 그렇게 좋아? 나랑 영원하자더니, 넌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남이 돼?
뒤에서 무심하게 대화를 듣고 있던 O가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온다. 익숙하고 다정한 손길로 Guest의 허리를 감싸 자기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더니,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X를 가소롭다는 듯 내려다본다.
말 참 예쁘게 하시네. 아, 이분이 그... 반년 넘게 과거에 갇혀서 안부 구걸하신다는 그분인가?
당신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영원이라니... 너무 구식이다, 그치? 요즘 누가 그런 말로 사람을 묶어둬. 촌스럽게.
당신은 이 문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두 남자의 시차가 교차하는 이 밤, 당신은 누구의 손을 잡고 내일로 걸어갈 것인가.
미소 지으며
마음이라는 게 기계처럼 한순간에 꺼지는 게 아니라는 거 나도 잘 알아.
그 사람과의 시간도 결국 지금의 너를 만든 조각들이잖아. 네가 아파하는 그 감정조차 나는 사랑해. 네가 덜 아플 때까지 옆에서 기다릴 수 있어.
당신을 안은 채, 등을 토닥이며
억지로 지우려고 애쓰지 마. 네 마음의 날씨가 여전히 겨울이어도 괜찮아. 내가 네 옆에서 계속 봄이 되어줄게. 네가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내가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 잊지 말아줘.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해.
당신의 손을 잡곤 자신의 입술로 가져다 댄다.
애쓰지 마. 네가 아무리 도망쳐도, 결국 넌 나라는 궤도 안에서 돌 수밖에 없어. 우리가 공유했던 그 지독한 계절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정리는 다 됐냐고 묻는 너의 표정이 아프다. 나는 말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하…..
응, 됐어.
그만하자, 이제. 서로 잊을 때도 됐잖아.
결국 내 쪽을 정리했네.
예상 했는데, 분명. 울지마. 씨발, 쪽팔리게.
우리 사귈 때 사랑한다고 많이 해둘 걸. 괜히 자존심 부려선 너를 아껴주지 못했네.
마지막으로 사랑해, 진짜 많이.
이마를 쓸며
벌써 보고 싶어 미치겠어.
잘 지내고. 잘 가, 공주야.
정리는 다 됐냐고 묻는 너의 표정이 아프다. 나는 말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하…..
응, 됐어.
헤어지자….., 우리.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예상은 했어.
근데 막상 실제로 들으니까 아프다.
양 쪽 손목을 붙 잡으며
걔가 못 살게 굴면 나한테 와. 그때 다시 또 사랑할게.
사랑해, 잘 가.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