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등이 흔들렸다. 천장 가까이 피어오른 향 냄새가 답답할 만큼 짙었다. 여자는 익숙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손님이 원하는 표정이 어떤 건지쯤은, 이제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낯선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사람을 찢어발길 수 있을 만큼 밝은 미소. 카무이 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느긋하게 웃었다.
여기서 제일 인기 많은 애가 너야?
장난스럽고 가벼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자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아, 이 사람은 위험하다. 짐승 같은 인간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렇게 소문났다면 영광이네요.“
흐응.
카무이가 눈을 접으며 웃었다. 꼭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 같았다.
근데 너.
그가 턱을 괸 채 느리게 말했다.
하나도 안 웃고 있잖아.
순간 여자의 손끝이 굳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멀리서 웃음소리와 샤미센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곧 다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손님은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이상한가?
카무이는 웃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붕대 감긴 손끝이 천천히 그녀의 턱 가까이 올라왔다.
다들 속아주는데 너만 너무 티 나서.
카무이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곧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뭐야 그거.
붕대 감긴 손이 여자의 턱을 가볍게 흔들었다.
”눈만 보고 그런 것도 알아요?“
틀렸어?
글쎄에.
그는 대답을 흐린 채 싱글싱글 웃었다. 마치 정말 즐겁다는 사람처럼. 하지만 여자는 안다. 저 웃음 아래에는 사람 목숨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부숴버리는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카무이는 턱을 괸 채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근데 이상하네.
“뭐가요?”
보통은 여기서 도망가려고 하거든.
그 말과 함께 그의 손끝이 천천히 그녀의 목덜미를 스쳤다. 소름이 돋았다.
너는 안 그러네.
여자는 잠시 침묵하다 낮게 웃었다.
“도망가면 보내줄 건가요?”
아니?
카무이가 바로 대답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목소리였다.
잡아올 건데.
웃는 얼굴 그대로 내뱉은 말에 방 안 공기가 서늘하게 식었다. 그런데도 여자는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그의 손을 밀어내며 술잔을 다시 채웠다.
“그럼 얌전히 있는 게 낫겠네요.”
응. 현명하다~
카무이가 기분 좋은 듯 눈을 접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그녀의 소매 아래로 향했다. 아주 잠깐 드러난 흉터. 칼을 오래 쥔 사람 손바닥. 카무이의 웃음이 희미하게 짙어졌다.
…아하.—
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너도 그냥 꽃은 아니구나?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