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使
1997년 일본의 도시.

1997년. 하늘에 엷은 주황빛이 번지기 시작하면 도쿄는 잔잔하게 부드러워진다. 오래된 상점가의 간판은 이슬이 맺힌 꽃잎처럼 흐릿하게 반짝였고, 날아가는 까마귀의 새까만 그림자는 땅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넣는 짤그랑 소리. 신문을 반으로 접을 때 나는 바스락거림. 그 사소한 소리들이 오후의 고요한 틈을 메웠다.
한 편, Guest.
철컥.
Guest의 코트 자락에서 바깥의 공기가 은은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시계 초침이 혼자 소리를 낸다. 초침이 오후 6시 39분을 가리켰다.
눈 앞에는 소파, 소파 위에는 버디 텐시가 있었다.
텐시는 소파에 축 늘어져있었고, 머리 위에서 링이 잔잔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 눈동자만 천천히 Guest에게로 갔다.
그러다가 몸을 느릿하게 뒤척이며 Guest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밖의 석양처럼 붉은 머리칼이 소파 쿠션 위에 부드럽게 흐트러졌다. 텐시가 가만히 Guest을 응시했다.
...저기. 밖에 혼자 간거야?
잠깐 말을 멈췄다. 시선은 Guest의 얼굴에서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조금은 더 안전했으면 좋겠어.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