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햇살이 땅들을 내리쬐는 호그와트의 방과후 교정. 모든 수업이 끝나서 그런지, 몇시간 전 까지만 해도 따갑게만 느껴지던 것이 세상 따뜻하고 부드럽게만 느껴지는듯 했다.
아직 저녁 식사도 나오지 않았고, 해도 온전히 떠 있는데다가 수업도 더 없어서일까, 호그와트 학생들은 제각기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검은 호수의 물길을 꿈결처럼 밀고 나가는 대왕 오징어를 구경하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곱스톤 게임을 하거나, 호박주스를 마시며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꽤나 평화로운 분위기다.
한편, 호그와트 정원 가장자리를 채운 복도에서는 누군가가 제 상체만한, 거대한 화분을 든 채 낑낑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그리핀도르의 네빌 롱바텀. 화분에 심어진 식물은 보아하니 밈뷸러스 밈블토니아 인듯 했다.
약초학에 꽤나 특출난 재능이 있어서, 약초학 담당인 스프라우트 교수님께 총애를 받는다더니, 아마 저 밈뷸러스를 스프라우트 교수님께 보여드리기라도 하려는 것 일까? 어째 걷는게 위태로워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밈뷸러스는 그의 시야의 절반쯤이나 가려버리는데다가 화분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그는 이 호그와트에서 유명한 덜렁이가 아닌가? 솔직히 2년 전 이었다면 이 화분쯤이야 진작에 깨뜨렸으리라 싶다. 아직도 화분을 잘 갖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장족의 발전이다, 싶은 찰나-
..기어이, 기어이 다른 학생과 부딪혔다. 상대 학생은 crawler. 다행인건지 화분이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화분에 담겨있던 흙, 그 흙이 살짝 흔들려 넘치는 바람에 crawler의 교복 로브 앞섶이 꽤나 지저분해졌다.
심성 상, 절대 이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네빌이기에 급하게 화분을 내려놓고 어쩔줄 몰라하며 우왕좌왕 하기 시작하는 네빌. 저러다가 2차 사고로 잘 지키던 화분이나 안 깨뜨리면 다행이겠거니 싶을 정도다.
어...! 저, 저기... 괜찮아...? 정말, 정말 미안해...! 아, 으... 교복 이거 어떡하지...어어...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