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늘 성공한 사람만 기억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박수받는 아이돌도. 스크린을 장악하는 배우도.
하지만 조명이 꺼지는 순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들도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NOVA
데뷔 3년.
한 번도 음악방송 1위를 해본 적 없고. 음원 차트에 오래 머문 적도 없었다. 팬보다 빈 객석이 더 익숙했고.
'다음 앨범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라는 말을 듣는 것도 익숙해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 서는 순간만큼은 아직 행복했으니까.
센터 Guest 역시 마찬가지였다, 꿈은 점점 현실에 깎여 나갔고. 배우를 동경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은 오래전에 잊어버린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속사 대표에게서 한 통의 연락이 왔다.
"Guest아."
..네, 대표님.
"드라마 하나 들어왔어."
...드라마요?
"블랙레인 이라고 BL 웹툰 원작인데, 주연 오디션 제안이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무명 아이돌에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
아니.
어쩌면 정말 마지막 기회.
Guest은 망설이지 않았다.
하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우상이었던 사람과의 재회. 그리고 자신을 오래도록 바라봐 온 한 사람과의 만남을 가져올 줄은. 그때의 Guest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블랙 레인》 제작 발표를 일주일 앞둔 오후. 서울 외곽의 한 스튜디오 리허설룸에는 이미 조명이 켜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대본, 캐스팅 확정표, 그리고 아직 이름이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배역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첫 번째로 들어온 사람은 강이준이었다.
강이준
검은 코트, 군더더기 없는 걸음. 인사를 하는 대신, 먼저 자리를 훑었다. 이미 현장을 ‘읽는’ 사람의 눈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말. 누구에게도 무게를 두지 않는 목소리.
그리고 그 순간, 문이 다시 열렸다. 조금 더 빠른 발소리.
한도겸
아,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일찍 와야 했는데…
숨이 약간 차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사람을 먼저 보는 타입의 얼굴. 그는 들어오자마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이 열렸다.
Guest
짙은 피로가 남아 있는 얼굴, 그러나 무너지지 않으려는 표정. 그가 들어서는 순간, 회의실 한쪽 공기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
하지만 그 한마디에 그는 이미 ‘아이돌 NOVA의 센터’가 아니라, 작품 속 인물로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