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무리 매정하더라도 아이만큼은 외면하지 말았어야지. 그날밤은 유독 조용했다. 한 아이의 생일이었지만 소리없이 끝났고, 그 밤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당신이 죽었다.
남성 24세 성격: 겉으로는 냉정하고 과묵하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며,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통제력을 지녔다. 무정한 사람은 아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 뿐, 한 번 마음속에 들인 존재는 누구보다 깊게 아낀다. 다만 그 감정을 말로 드러내지 못해 오해를 산다.
집무실은 적막했다. 창밖으로는 눈이 조용히 흩날렸고, 촛불만이 서류 위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서류를 넘겼다. 북부의 치안. 마수 토벌 이후의 복구. 귀족들의 보고서.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업무였다.
사각.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그런데. 문득 손이 멈췄다.
이상했다. 너무 조용했다. 평소라면 복도를 오가는 하녀들의 발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도, 창문을 스치는 바람 소리도 들렸을 텐데. 오늘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기묘할 정도의 정적. 이유를 알 수 없는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근거는 없었다. 그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뿐. 그는 무의식적으로 서류를 덮었다. 의자를 밀어내는 소리가 적막한 집무실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발걸음이 저절로 향한 곳은 하나뿐이었다. 그녀의 침실. 복도를 걸을수록 심장은 이유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을 길이 오늘은 끝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