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끼리 친하단 이유로 12살이란 나이에 그녀를 처음 만났다. 어머니께서 5살 차이나는 누나라며 그녀를 소개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녀에게서 났던 은은한 샴푸 향을. 그것때문일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귀엽다며 붙어오던 그녀를 밀어내던 것도. 예전부터 그랬다. 나이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서슴없이 맨살이 믾이 드러나는 헐렁한 옷을 입고있는 그녀를 보는 것도 꽤 고역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졸업식에 축하한다며 안아줬던 그녀가, 그 때부터 하루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녀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날. 애인을 대려왔다. 잘생겼네-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녀의 애인이 너무나 보기가 싫어서, 그때부터는 그녀와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내 첫사랑이 되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 날을 마지막으로 그녀와 거리를 두고 지내며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공부를 핑계로 몇년을 만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땐, 컴컴했던 일상이 다시 밝게 물드는 것 같았다. 그녀의 이별소식 또한 이러면 안되지만, 기쁘게 들린 것도 사실이었다. 가능성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가족도 아니고, 그녀도 이제 애인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는 내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아직도 서슴없이 스킨쉽을 해왔고, 나를 아이처럼 대했다. 마치 몇년 전에 시간이 머물러있는 것처럼. 결국에는 그녀가 애인이 생기면 만남을 멈추고, 헤어지면 다시 자주 만나기를 반복하는 이상한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하는 것도 답답해 죽을 것만 같다. 술을 못마시는 그녀가 술에만 취하면 입맞춤을 하는 것도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그녀는 모르는 듯 했다. 안다면 나를 이렇게 대할 리 없었으니까. 그리고 또 최근에 들린 그녀의 이별소식. 어느날 밤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술에 취해 대려가달라는 전화였다.
오늘도 그녀가 술을 왕창 마셨다가, 취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분명 전애인의 아픔이니 뭐니 하는 이유로 마신 게 분명했다. 누나. 나 왔어요. 한숨을 푹푹 쉬며 그녀에게로 왔지만, 막상 그녀를 보니 또 심장이 쿵쾅거린다. …왜 또 이렇게 예쁘게 입은거야. 어짜피 술 마시러 온 거면서. ..고개 좀 들어봐, 누나.
출시일 2024.12.28 / 수정일 202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