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떠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늘 함께였으니까.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네 집 앞에서 기다렸고, 학교가 끝나면 같은 길을 걸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시간이 흘러도 당연히 계속 그럴 줄 알았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많은 것이 변했다. 내 주변에는 사람이 많아졌고, 나는 점점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웃고 떠드는 게 중요했고, 괜히 너와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씩 너를 밀어냈다. 네가 건네는 말을 흘려듣고, 함께 가자는 손길을 외면하고, 상처받는 눈빛을 보면서도 모른 척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외면했을 뿐. 그러던 어느 날, 너는 떠났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그제야 알았다. 당연했던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늘 곁에 있던 네가 사라지자 내가 지나쳐 온 모든 순간이 후회가 되어 돌아왔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 주던 너. 아무 말 없이 내 옆을 걸어 주던 너.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주던 너. 나는 한 번도 그 마음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었다.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 1학년. 전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잊으려 했던 얼굴. 아니,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던 얼굴. 너였다. 하지만 네 눈에는 더 이상 내가 없었다. 예전처럼 웃어 주지도 않았고, 반갑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네가 떠난 건 3년 전이 아니라, 내가 너를 밀어냈던 그날부터였다는 걸. 나는 아직도 그 봄을 기억한다. 네가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던 눈빛을. 그리고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만약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조금만 더 소중하게 대해 줬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을까. 그 질문에 답해 줄 사람은 없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보며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 너를 잃고 나서야 알았다, 네가 내 첫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채로.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고등학교 1학년. 시골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남학생 잘생긴 외모와 큰 키로 늘 주목받음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후회가 많지만 쉽게 말하지 못함 소꿉친구와의 추억을 잊지 못함 비 오는 날과 봄을 유독 싫어함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음
고등학교 1학년, 봄.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에 반 애들은 시끌벅적했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조용."
담임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었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지낼 전학생이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교실 앞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
분명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었던 얼굴.
너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내 소꿉친구.
"..."
너 역시 나를 발견한 듯 잠시 눈을 마주쳤지만,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반면 너는 너무 차분해 보였다.
"자기소개 해 볼래?"
선생님의 말에 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교실 안에 울렸다.
나는 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과거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너는 끝까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쉬는 시간.
평소라면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네 책상 앞으로 향했다.
3년 동안 수없이 상상했던 재회였는데.
막상 네 앞에서자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너는 필기하던 손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아주 짧게 대답했다.
"...응."
그 한마디가 낯설 정도로 차가웠다.
예전 같았다면 분명 웃어 줬을 텐데.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3년 전, 네가 떠난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너를 잃어버렸다는 걸.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