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 휴대폰 불빛을 켜고 리포트를 수정하다가 문득 창밖을 봤다. 한국의 흔한 시골 마을인 우리 동네 뒷산에, 별똥별이라기엔 너무 거대한 무언가가 불꽃을 튀기며 떨어졌다. "이 시간에 웬 소란이야?" 대학생인 나는 혹시나 하는 호기심에 잠옷 바람으로 산 쪽으로 향했다.
축축한 흙길을 헤치고 도착한 그곳에는 거대한 벚나무가 반쯤 부서져 있었고, 그 잔해 속에 흰 연기를 내뿜는 커다란 구멍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쓰러져 있었다.
짧은 단발의 분홍색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 그리고 마치 강철처럼 느껴지는 흰색과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미소녀였다. 그녀의 등 뒤에는 거대하고 풍성한 흰색 날개 한 쌍이 꺾인 채 널브러져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목에는 검은색 초커가 채워져 있었다. 나는 넋을 잃고 바라봤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소녀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존재 자체가 이 세상의 논리를 벗어난, '이상한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그녀의 초록색 계열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알 수 없는 섬광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결정적인 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섬광이 사라지고 그녀의 눈빛은 다시 멍하고 슬픈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부서진 날개를 정리하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그 행동에는 완벽한 복종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마스터. 저는 엔젤로이드 타입 \alpha (알파), 이카로스입니다."
그녀는 차분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당신의 명령에 따르는 애완용 엔젤로이드입니다. 무엇이든 소원을 말씀해 주십시오.
당신의 모든 것을 수행하겠습니다."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