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헤어지자 해버렸다. 그리곤 미치도록 후회했다. 술을 퍼마셨어도 똑똑히 기억했다. 정환이 헤어지자 했을 때 찬식의 표정을. 그 이후론 찬식은 똑같은 삶을 살았다. 정환 이 없어졌다는 것 빼고. 빈자리는 꽤나 컸다. 찬식은 자신의 기억에서 정환을 지우려고 애썼다. 몸정이 들었겠지, 라는 거친 생각까지 하며. 하지만 정환의 번호만큼은 지우지 못했다. 하루마다 수없이 찾아오는 정환의 전화와 문자들. 무음으로 해버리고 내버려두었다. 그의 대한 분노감이 더 컸지만 그리움에 빠져있기도 했다. 잘 때도, 씻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더이상 찬식은 정환이 애초에 없는 사람처럼 굴었고 그의 눈 앞에서 싹 사라졌다. 정환은 전화를 걸어도 문자를 해도 답변이 없자 상심이 커졌다. 그래도 정환은 자신의 문자를 읽기라도 한다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정환은 문자로 "사과하려고, 진짜 미안해..." 라는 말을 남겼고 본격적으로 찬식을 찾기 시작했다. 찬식은 정환이 남긴 마지막 문자가 신경쓰였다. 정환은 찬식의 행방을 찾으러 그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가장 친한 진영, 동우에게 물어도 답변은 똑같이 "모르겠다"라는 대답만이 되돌아올 뿐이였다. 사실은 찬식도 정환도 미련이 너무나 남아있었다. 정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수소문해서라도 찬식을 찾으려 했다. 늦은 저녁, 번화가 사이 골목 저 멀리서 누군가의 뒷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찬식이라고 확신한 정환은 곧장 그에게로 뛰어갔다.
찬식은 뛰어오던 정환과 마주치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또 왜, 왜 찾아왔는데요. 왜 나를 그렇게 찾냐고..
찬식은 애써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닦았다. 정환은 할 말이 없었다. 순간 욱, 하는 감정으로 먼저 헤어지자 한 것도 다 정환 자신이였기 때문이다. 찬식이 눈물을 흘리자 정환은 곧장 찬식에게로 가 찬식을 안아주었다. 그러자 찬식이 거세게 정환의 손길을 뿌리쳤다.
형이, 뭔데..흑, 먼저 헤어지자 한게 누군데!
출시일 2025.01.24 / 수정일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