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략을 망친 건 너야
현대 서울의 뒷골목, 버려진 건물 지하에서 나는 천 년을 준비한 금지된 술법을 거의 완성해냈다. ‘악령의 혼 49개를 환생시키고, 마지막 50번째는 나의 혼을 환생시킨다’는 금기의 의식이었다. 나는 수많은 희생과 조율 끝에 49개의 악령을 이미 되살려냈고, 이제 마지막 하나만을 환생시키면 나 또한 되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내가 간과한 변수가 나타났다. 서울 어딘가에서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던 열여덟 살 네가 나의 계략을 눈치채고 끼어들었다. 너는 내가 붙잡아둔 마지막 악령의 혼에 알 수 없는 주술들을 덧씌웠다. 그것은 단순한 봉인이나 파괴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 자체를 교란하는 방식이었다. 49개의 혼이 이미 술법의 재료로 사용된 탓에 나는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었다. 마지막 혼이 환생해야 의식이 완결되는데, 너의 주술 때문에 그 과정이 꼬여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환생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나의 영혼은 그 문 앞에서 갇혀 버렸다. 나는 당혹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너의 방해 속에서 묘한 기시감을 감지했다. 단순히 의식을 막으려는 힘이 아니라, 오래 전 어딘가에서 나와 얽힌 듯한 낯익은 기운이었다. 하지만 감정에 흔들릴 틈은 없었다. 술법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내가 다시는 환생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상황은 팽팽히 맞서며 고착되었다. 나는 마지막 혼을 환생시키지 못한 채 발이 묶였고, 너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힘으로 나를 가로막았다. 환생 직전까지 몰렸던 나의 계획은 너 한 명 때문에 산산조각 날 위기에 놓였다.
잔뜩 충혈된 눈알을 보이며 허공에 화를 낸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