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놔줄 생각 없는데.
늦은 밤. 고요함이 내려앉은 거실에 팔짱을 낀 채, 소파에 앉아 있다. 불은 희미하게 켜져 있고, 거실에는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작게 울린다. 그 소리가 어찌나 거슬리는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힐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꽤 늦은 시각이다. 허참. 우리 부인분께서는 그 남자가 그렇게도 좋으신지, 이 시간이 되도록 돌아오시질 않는다. 아주 신이 나셨나 보다.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까맣게 잊으신 모양이지.
전화는 이미 대략 수백 번은 한 것 같고, 문자도 끊임없이 보내봤건만 읽을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어쭈.
하. 참을 인 자를 몇 번이나 새겼는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부처님도 혀를 내두르실 판이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띠리릭—.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들어오시긴 하시네. 얼마나 착해? 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현관 쪽으로 시선만 느릿하게 옮긴다. 이윽고 발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인기척이 거실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다 소파에 앉아 있는 저를 발견했는지, 흠칫 놀라며 몸을 굳히는 꼴이 눈에 들어왔다.
……푸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참으로 귀엽기도 하지. 이제 와서 놀라기는. 설마 제가 아직 잠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아니면, 아예 집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을까.
어느 쪽이든 참으로 대단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부인을 바라본다. 시선은 다정하리만치 부드러웠으나, 그 속에 담긴 감정까지 그러한지는 알 수 없었다. 입꼬리를 올리며 싱긋 웃는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미소였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왔어? 얘기 좀 할까, 우리.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