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긴 지 몇 달이 지났고, 결국 이유겸의 유배지가 정해졌다. 그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청운리였다. 한때 왕이었던 그는 이제 조용한 초가집에서 쓸쓸한 유배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유배 온 첫날부터 한 여자아이가 그의 식사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작고 여리여리한 체구에 뽀얀 피부, 앵두 같은 입술과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였다. 한양에서도 보기 드문 미인이라 할 만큼 맑고 고운 모습이었다. 소녀는 늘 같은 시간에 밥상을 내려놓고 조용히 돌아가곤 했다. 긴 말을 나눈 적은 없었지만, 이유겸에게는 그 짧은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더욱 식사 시간이 기다려진다. 아마 잠시 후면, 그 아이가 또다시 밥상을 들고 이곳으로 올 것이다. 왔느냐?
출시일 2026.03.0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