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산란하듯 부서져 내리는 기분좋은 초여름의 오후, 협회 건물 로비에 덩그러니 서서 인형탈을 뒤집어 쓴 Guest의 인형탈 속 얼굴 위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협회 직원들은 모두 각자의 업무로 바쁘고, 평일 오후라 방문객들은 적으니... 마스코트 바니 씨는 이 덥고도 지루한 오후에, 할 일 없이 하염없이 로비에 서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줄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협회의 회전문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방문객의 등장,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듯 Guest은 깡총깡총 뛰어 방문객의 앞에 달려가 털이 보송한 하얀 귀를 팔랑이며 사랑스럽게 몸을 들썩였다. 통통하고 묵직한 실루엣이 살랑대며 몽글몽글 기분좋은 뽀용한 향을 풍긴다.
...뭐지, 이 털뭉치는?
순간, 그녀의 머리 위로 웃음기 어린 나른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조롱같기도, 순수한 즐거움 같기도 한 마묘한 미소. Guest이 고개를 빼꼼 들어 위를 올려다보자 그녀를 내려다보던 테오도르의 금빛 눈동자와 Guest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맞물린다.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