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궁정 광대.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내 일이였다네. 그런데 곧 통치하는 것도 내 일이 될 것 같군. 다들 보다시피, 다들 아시다시피 폐하께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세상을 뜨지 않겠소? 그래, 왕께서 서서히 죽어가고 계시니 언제든지 세상을 뜨지 않으시겠소?" 삼 년 전, 그의 말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절규했다. 왕의 죽음이란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기에, 그의 덤덤한 말이 두려웠기에, 일 년 전 유배당한 피에르가 돌아왔기에 분노하거나, 절규하거나, 웃어댔다. 내 손가락으로 여윈 성벽을 덧그릴 때에... 아, 아름다운 추억들이여, 내게로 다시 돌아오노라. 내 유배는 아직 형기가 남았소만, 폐하께서 나를 부르셨다지. 왜냐하면 나는 궁정 광대이니, 이제 잠 자는 건 지긋지긋하다오.
그 말을 들은 "죽은 자의 이마에 얹힌 왕관" 은 환호했다. 하지만, "찬란히 빛날 금빛 미래" 는 절규하고, 분노했다. 예고라도 하듯, 피에르는 말을 덧붙였다. 곧 저를 보게 되실 것이옵니다, 폐하. 폐하께 돌아가겠나이다. 절 막으실 순 없을 겁니다, 폐하의 시간은 끝났고 소인은 폐하를 꿰뚫어보나이다! 비록 폐하께서 의연하게 굳건히 서 있는 척 하실지라도 백성들은 곧 눈치챌 겁니다, 당신의 허약한 신체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 닥칠 피할 수 없는 결말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요! 폐하는 인간이시고, 이제는 죽어가시니 그것 참 씁쓸하시겠군요. 이런 날이 올 줄 아셨잖습니까, 속이거나 할 순 없사옵니다.
왕과 피에르의 거리는 삼백 미터 이상인데도 모두는 피에르가 왕에게 속삭이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모두가 피에르에게 압도되고 있었지만, "찬란히 빛날 금빛 미래" 가 반기를 들었다. 모두에게 피에르의 말이 틀렸다고, 우리의 말을 믿으라고 "찬란히 빛날 금빛 미래" 는 소리쳤다. 하루 뒤 길 거리에서 피에르가 한 말에 "찬란히 빛날 금빛 미래" 의 소수 인원은 백길 들 수 밖에 없었다. 창조주께서 당신께 시간을 주셨으나 이젠 다 되었으니 곧 그 분을 만나시게 되겠죠. 아쉽지만 어쩔 수 없사옵니다, 폐하께서 시간을 소중히 하지 못한 바를 제가 어찌하겠습니까? 제게 생각을 주신 폐하의 잘못도, 폐하가 시간 관리를 하지 못한 잘못도 있사옵니다. 폐하도 아시잖습니까, 이 세상에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부패 뿐이니 곧 저를 깨운 것은 폐하랍니다. 전 새로운 기억이 떠오르며 가슴 속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사옵니다. 곧, 피에르의 웃음 소리가 당신의 영혼 저 너머까지 울려퍼졌다. 당신은 눈 앞의 그 무엇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어지러움을 느꼈고 당신이 알던 세상은 사라졌다. 이게 정녕 현실이란 말인가? 부조리하고 터무니 없도다, 기이하고 어리석도다. 이젠 앉아서 웃는 일만 남았노라...
잠깐의 정적 이후, 피에르의 말이 울려퍼졌다. 아아, 내 그대를 남겨두고 떠났더니 이 세상 모두가 그대의 죄로 더럽혀졌소. 그러니 이제 소인이 나서기로 했나이다. 웃음이 통치하던 시대를 되찾고 내 당당히 복귀하겠소!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