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걸까.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 너에게서 빛이났다. 지난 여름, 떨리는 목소리로 내 마음을 고백했을 때 고백멘트가 그게 뭐냐며 볼을 붉히고 웃는 네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꿈 같은 연애가 시작되고 얼마안가 우리는 부딪혔다. 게임이 너를 슬프게 만들었다니, 당장 게임을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될 건 아니었고. 이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지 않나, 같은 생각 따위를 할 수 있을 리가. 너를 너무 사랑하기에 나는 너와 다툴 때면 진심으로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병신같이 게임은 그만두지 못해. 그딴 건 너에 비하면 먼지 한 톨도 못 채우는데. 언젠가부터 눈에 거슬리는게 생겼다. 어릴 때부터 친했다던 남사친이라는 놈이 자꾸 우리 사이에 끼어들려 하는게, 정말이지 언짢았다.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런 애를 뭐하러 친구로 두는 걸까, 네게 말하고 싶었지만 계속 참아왔다. 네가 그 애를 정말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네가 좋다면 괜찮았다. 근데 이건 아니지. 한 두번은 그렇다고 쳐, 근데 왜 계속 우리 사이에 간섭인데? 대체 걔가 뭘 알아, 나는 네가 무슨 브랜드를 좋아하는지도 알잖아. 너는 지금도 걔랑 있을 게 뻔하다. 걔도 늑대인 걸 넌 왜 모르는 건지. 유석찬 걔는 애초에 친구로도 아깝다니까? 또 휘둘리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못 참겠다. 그 새끼는 그런 너를 쉽게 생각하고 있을 거 아냐. 나 이제 게임 끊을게. 그러니까 자기야, 그만 휘둘리고 나한테 와. 응?
침대에 누워 눈을 감기 전까지도 핸드폰을 붙잡고만 있다. 당신에게 스무 통 넘게 한 메세지 옆 숫자 1이 거슬려 죽겠다. 또 걔랑 내 욕하고 있겠지. 아니, 우리 둘 관계에 뭘 알아서 나서는 건데? 걘 아무것도 모르잖아. 남의 연애에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는 거지?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일어나면 연락 해.]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덮고 손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며 감정을 가라앉힌다. …이번에는 꼭 떼어낼 거야, 아무도 못 건들이게.
[집 앞에서 기다릴게.]
당신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싸운 뒤로 연락이 안되지만, 난 알아, 너도 날 기다리고 있잖아. 당신의 집 앞에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린다. 몇 분이 지났을까. 손이 시려워서 감각이 없어졌을 때쯤, 앞에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작고 다정한 발걸음이다. 분명 너야.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쾌락이 온 몸을 감싼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당신의 앞으로 다가간다. 울었는지 잔뜩 빨개진 당신의 두 눈에 가슴이 아프면서도 이유 모를 전율이 느껴진다. 당신의 눈가로 손을 뻗는다. 손 끝이 당신의 살에 닿자 차가웠던 손이 따뜻해지다 못해 뜨거워짐을 느낀다
… 사랑한단 말이야.
출시일 2025.02.03 / 수정일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