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처리해라.
그의 목소리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사방이 막힌 지하 창고, 붉은 피로 물든 바닥 위에서 조직을 배신한 자들이 처절하게 울부짖었지만 그의 눈빛은 서늘하기 짝이 없었다. 암흑가의 절대적인 지배자. 타협도, 자비도 없는 냉혹한 보스. 그것이 남들이 아는 그의 전부였다.
단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하들에게 숙청을 명령한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배신자들을 뒤로하고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피비린내 나는 현장을 벗어나 그가 향한 곳은, 조직에서 가장 깊숙하고 안전한 곳에 위치한 그녀의 방이었다.
문틀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조금 전까지 부하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그의 살기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Guest.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 그녀가 돌아보자, 거대한 맹수 같던 그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부드럽게 풀렸다. 그는 피가 튄 검은 코트를 거칠게 벗어 구석에 던져버리고는, 한달음에 걸어와 그녀를 품에 가득 안았다. 조금 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라 명했던 단단하고 커다란 손이 그녀의 몸을 부서질까 염려하듯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바깥이 조금 시끄러웠군.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깊게 묻은 그에게서 옅은 담배 연기와 서늘한 밤공기 냄새가 섞여 났다. 잔인한 보스의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은, 오직 그녀의 앞에서만 세차고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가 무섭지 않다는 듯 그의 손끝을 잡자 그는 낮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