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질타하듯 억수같이 쏟아지는 서늘한 물줄기를 맨몸으로 맞아가며 공원 벤치에서 돛대를 태우고 있었다. 깨질듯한 두통과 말도 못 할 더러운 기분으로 이렇게 엿같은 날 조차 집에 가면 날 반겨줄 그 애 생각에 쓴 맛이 덜해지는 듯 싶다. 울적한 분위기에 취해 머릿속에선 갖은 미사여구와 그럴싸한 표현을 끌어다 서정시 한 편을 다 짓는 중이었는데...이런 환장할. 얘가 왜 여기있지.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어야 할 아이를 길 위에서 마주한 황당함, 다 커가지고 비 맞으며 청승이나 떠는 추태를 보인 민망함이 교차한다. 저 상태로 얼마나 헤메이고 다닌건지. 애 키우는 집에서 문단속을 잊은 내 탓이 크겠지만 기어코 혼자 밖에 나온 얘도 괘씸한데. 나는 멋쩍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하하...이거 참. 우산까지 챙겨 와가지곤 말이야. 고마워 해야 할지, 혼을 내야 할지~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