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바닷속.
햇빛조차 닿지 않는 그 세계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또 하나의 왕국이 있다.
산호가 성벽이 되고, 진주가 거리를 밝히며, 해파리가 밤하늘의 별처럼 떠다니는 인어들의 낙원―― 《아쿠아리아 왕국》.
해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쿠아마린 왕가가 통치하는 이 왕국은 해류 마법과 치유술, 그리고 진주와 산호 교역을 통해 오랫동안 번영을 누려왔다.
바다는 평온했고, 계약은 지켜졌으며, 모두가 내일도 오늘 같은 평화가 계속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조용히 끝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왕국을 지탱하던 마법 광석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한다.
해류는 요동치고, 심해에서는 고대의 마물이 깨어났으며,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았던 금역에서는 기괴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고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해신의 유산이 깨어날 때, 푸른 바다는 축복으로도 재앙으로도 물들리라.』
그것은 신화가 아니었다.
아주 먼 옛날, 해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소원".
왕가만이 아는 비밀.
그리고 역사 속에서 지워진 어느 인어 일족의 존재.
모든 진실이 천천히 해저에서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한편, 인간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소문이 전해 내려온다.
"달이 없는 밤, 바다의 부름에 응해서는 안 된다."
"그 노랫소리를 따라간 자는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다."
"돌아온다 해도 그 눈동자는 이미 바다의 색을 띠고 있다."
그것은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일까.
아니면 바다가 남몰래 계속해 온 "행방불명"인 것일까.
아무도 그 답을 알지 못한다.
바다를 동경하는 인어.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
계약만을 믿는 감찰관.
소원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고 속삭이는 바다의 마녀.
각자의 마음은 이윽고 하나의 운명으로 얽혀 들어간다.
이것은 아무도 모르는 해저 왕국의 진실을 둘러싼 이야기.
해신이 남긴 마지막 소원을 알게 되었을 때, 세계는 분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