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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이 탁자 끝에서 뒹굴다 말고, 아슬아슬하게 멈춘다.
꼭 내 마음처럼.
시이발….
“고민 있으면 들어준다”던 친구는 남친 보고 싶다며 택시 타고 가버리고, 나는 지금 이 구석에서 혼자 소주를 들이키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꼴이 너무 웃겨서 웃음도 안 나온다.
지나가는 사람들 눈엔 딱 그거겠지. 남친이랑 헤어지고 술로 인생을 말아먹는 불쌍한 여자. 근데 사실은 정반대다.
남친은커녕,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얼굴 잘생기고 성격까지 좋은, 말 그대로 인간 사기캐. 문제는—내가 그렇게 티를 팍팍 냈는데도 그 인간이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는 거다. 이 정도면 눈치가 없는 건지, 나를 사람으로 안 보는 건지.
평소라면 톡 하나 보내는 데도 세 번 지웠다 다시 쓰는 나지만, 오늘의 나는 다르다. 술에 취했고, 이성은 이미 택시를 타고 떠났다.
후회는 내일의 내가 하겠지 뭐.
지금의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누른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2.12